채권단 ‘줄다리기’ 27일 시작… 국민연금 결정에 운명 갈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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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구조조정]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어떻게

27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회사채 보유자 등 이해관계자의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은 금융 당국이 제안한 출자 전환 방안에 대한 득실을 따지며 장고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의 동의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2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7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은행 실무자들과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방식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구조조정 추진 방안에는 시중은행이 무담보채권 7000억 원의 80%(5600억 원)를 출자전환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60%를 출자전환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 큰 부담을 지는 셈이다.

출자전환은 주당 4만350원으로 계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7월 거래 정지 시점 가격의 90% 수준이다. 당시 대우조선 주가는 주당 4480원이었으나 10 대 1 감자(減資)를 진행해 4만4800원이 됐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의 주식 가치는 사실상 휴지조각에 가깝다. 삼덕회계법인은 산은의 2016년 회계연도 감사를 진행하면서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을 가치가 없는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채권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은 구조조정 추진방안 발표를 앞두고 금융당국에다 출자전환에 참여하겠다고 구두 약속했다.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데다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아 대우조선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간다면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은행들은 혹시 모를 충격을 줄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이번 채무 재조정으로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할 추가 충당금은 6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필요하다면 충당금을 더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원 금액 분담 규모를 놓고 매번 진통을 겪었던 산은과 수은도 이번에는 큰 잡음 없이 합의를 도출했다. 무담보채권 100%를 출자전환하고 필요한 신규 자금(2조9000억 원)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관건은 다음 달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다. 이틀간 5차례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4월 만기인 회사채 4400억 원을 포함한 1조3500억 원의 처리 방향이 결정된다. 4월 만기인 회사채는 ‘한 곳에서 지급불능이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할 수 있다’는 ‘크로스 디폴트’ 조항이 적용된다. 결국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3900억 원어치)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우조선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채무 재조정안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는 내부 및 외부 인사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를 거쳐 기금운용본부장 이하 주요 간부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국민연금은 채무 재조정에 동의했을 때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는 바람에 ‘국민 노후자금을 대기업 지원에 썼다’는 비난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대우조선과 면담하는 등 채무 재조정안의 구체적인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충실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이건혁·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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