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학교 많이 안 가요. 점심은 그냥 ‘인간사료(건빵)’로 때워요.” 대학생 김명민(가명·25) 씨는 1주일에 잘해야 한두 번 학교에 갑니다. SNS에 연결된 학교 친구는 150여 명. 그러나 편히 불러낼 만한 친구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인간관계에 영 자신이 없습니다.
#3 김 씨만의 고민일까요. ‘관계 고민’은 삶에 침투해 행복을 무너뜨립니다. SNS로 수백 명과 순식간에 친구로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청년들은 그런 양적 관계의 팽창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죠. 인간관계의 권태기(倦怠期), 청년들은 이를 ‘관태기’라 부릅니다.
#4 동아일보가 청년(20~29세)에게 인간관계와 행복의 관계를 물었더니 페이스북 친구가 ‘100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약 62%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친구는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4.99명이라고 답했죠. 55%는 인간관계 때문에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습니다.
#5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청년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SNS 속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낀다’(41.4%)거나 ‘더는 온라인에선 친구를 늘리고 싶지 않다’(73.8%)는 답이 많았죠.
#6 ‘관계 기피’ 현상이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성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 동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게이트’(게이+데이트), 온라인에서조차 피곤한 관계에 엮이기 싫어 흔적을 지우는 ‘글펑족’(익명으로 게시했다가 삭제하는 사람),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제2의 계정을 뜻하는 ‘세컨드 계정’ 등이 대표적이죠.
#7 ‘카·페·인’(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는 인맥을 과시하는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전문가들은 친구 수, 좋아요 개수와 같이 SNS가 게임처럼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죠. 인간관계가 경쟁으로 치환돼 스트레스를 불러온다는 분석입니다.
#8 “‘관태’라는 말이 관계 맺기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수 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돼선 안 되고, 어려울수록 그 관계 속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 대화가 통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약간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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