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샤이쿤 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대응을 놓고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정면충돌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공격으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 8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러시아 등의 반대로 유엔 차원의 공동 대응을 할 수 없으면 (미국만의) 독자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게 먼저라며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들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이번 화학무기 참사는 새로운 동서 냉전의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4월 의장국인 미국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가 시리아(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영향력이 있다면, 우리는 (러시아가) 그 영향력을 실제로 이용해 이 끔찍한 행동들을 종료시키는 모습을 봐야 한다”며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이어 “얼마나 더 많은 어린이가 희생돼야 러시아가 그런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시리아 어린이 사진 2장을 들어 보이며 “우리는 (이 희생자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의) 야만에 눈감았다”고 러시아를 면전에서 맹비난했다.
러시아는 이날 회의 전 미국 영국 프랑스가 작성한 시리아 사태 대응 결의안 초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뒤 자체 결의안을 내놓았다.
이번 비극에 대해 러시아는 “시리아 공군이 반군의 창고를 공격했는데, 이 창고에 저장된 화학 물질이 퍼져 나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회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방국가들이 일방적으로) 급조한 결의안은 불필요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아랍연맹(AL) 의장국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은 끔찍하고,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라며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이라며 “시리아와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이런 악랄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의 15개 이사국 대표들은 이달 24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시리아 문제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외교력의 첫 시험대가 북한 핵 문제보다 시리아 사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6년 이상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를 돕기 위해 올해 60억 달러(약 6조7600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70개국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 대표들은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시리아 장래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이같이 약속했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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