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금까지 얻은게 없다” 돌직구… 시진핑 쓴웃음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美-中 정상회담]현안 합의 못본 ‘동상이몽 탐색전’


두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시작만큼은 화기애애했다. 6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부부가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할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회담과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의 5세 딸 아라벨라와 3세 아들 조지프가 시 주석과 펑 여사 부부 앞에 깜짝 등장했다. 두 아이는 중국 민요인 ‘모리화(茉莉花·재스민)’를 부르고 ‘삼자경(三字經·과거 중국에서 아이들이 글자를 익히던 책)’과 당시(唐詩)를 암송해 시 주석 부부를 즐겁게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만찬 전 회담에 돌입하자 북핵 문제와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문제 등 양국이 평행선을 달려온 주요 사안에서 두 스트롱맨의 기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현안에 대해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동상이몽(同床異夢·같이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함) 탐색전’에 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회담 전 시리아 공습이라는 전례 없는 수를 둔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했다. 마치 시리아 공습이 대북 선제타격을 위한 ‘몸 풀기’라는 인상을 주면서 시 주석을 회담 전부터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만찬 전 시 주석을 옆에 두고 “우리는 이미 긴 대화를 나눴다. 지금까지는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며 듣는 사람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트럼프는 이 말 직후 웃으며 “하지만 우리는 우정을 쌓았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매우매우 위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매우 고대한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시 주석이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아 북한이 핵개발 완성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데 방점이 찍힌 돌직구였다. 시 주석은 이 말을 듣고선 쓴웃음을 지으며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국의 전면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가 구체적으로는 중국 은행들이 북한과 더 이상 거래하지 못하도록 관련 조치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및 기업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카드를 흔들며 시 주석의 반응을 떠봤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중국 기업만 제재했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은행을 미국법에 따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북핵과 함께 양대 이슈로 거론된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무역 불균형 해소 등 트럼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는 선물 목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회담 뒤 이어진 만찬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족할 만한 회담을 진행해 중미 관계에서 중요한 공통의 인식에 이르렀다”며 ‘무역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신화통신은 회담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구체적인 내용은 쏙 뺀 채 양국 정상이 협력을 강조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채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미가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이견은 건설적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며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양국 핫이슈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인 북핵과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의 파상공세에 시 주석도 응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이 “우리는 중미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할 1000가지 이유가 있다. 중미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새로운 출발점에서 중미 관계가 더욱 크게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올해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안에 중국에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윤완준 기자
#트럼프#시진핑#미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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