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어제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35% 이상에서 15%로 낮추는 파격적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미 역사상 최대 감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5%보다 훨씬 낮다. 앞으로 10년 동안 2조2000억 달러(약 2486조 원)의 막대한 세수(稅收) 감소를 각오하고라도 미국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성장을 구가하겠다는 목표다.
법인세 감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회사에 대한 혜택이 포함돼 있어 ‘셀프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의회 통과라는 난관도 기다리고 있지만 법인세율 인하가 단행될 경우 세계적으로 인하 경쟁이 재점화될 것이 분명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35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린 데 이어 영국이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13년 법인세를 조정한 일본에서도 추가 인하 논의가 나온다.
한국은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역주행할 조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과표 500억 원 이상 대기업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법인세 선(先) 실효세율 인상, 후(後) 명목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무작정 늘려 발표한 복지 공약의 재원을 정치적 저항이 적은 법인세 인상으로 충당하겠다는 계산이다. 반(反)기업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이다.
법인세를 올리면서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공약은 신기루와도 같다.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13%포인트 하락하고 고용은 0.3∼0.5%포인트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크게 높아져 자본 유출과 국내 투자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2.8%(2015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칠레와 뉴질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일자리 대통령’을 외치면서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 하려 하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