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미치광이”→ “햄버거 먹으며 협상”→ “꽤 영리한 녀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일 03시 00분


[‘北美 대화’ 카드 꺼낸 트럼프]상대 혼란스럽게하는 모호성 전략
트럼프, 2월엔 “北美대화 늦었다”… 군사옵션 강조하다 ‘대화’ 꺼내
“정책 신뢰도 떨어뜨려”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은 유지한 채 도무지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갈 지(之) 자’ 스타일의 발언을 쏟아내 왔다. 1일(현지 시간)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도 아마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김정은)가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한다면 우리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위협을 강조했다. 이전에도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지난해 1월)라고 했다가 ‘햄버거를 함께 먹을 수 있다’(지난해 6월)고 하더니 ‘북-미 대화는 너무 늦었다’(2월)고 선회했다.

워싱턴 안팎의 외교 전문가들은 스스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이 북핵 이슈에서 도드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로 인식하게 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따르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차대한 안보 이슈를 중구난방식으로 하나둘 꺼내다 보니 북핵 정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내일은 뭐라고 할지 짐작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지금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인데 미국 대통령이 매일매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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