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17 사거리 ICBM 근접…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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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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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이후]한미 軍이 보는 北 ‘화성-12형 IRBM’
고출력 액체엔진… 사거리 5000km
北 “대기권 재돌입 검증” 주장과 달리 궤도 불안정… 속도도 ICBM 못미쳐
대북유화 문재인 정부 5년간 개발 속도내… 2, 3년뒤엔 ICBM 배치 현실화 우려

김정은이 3월 치하했던 그 엔진 장착 김정은이 올해 3월 18일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신형
 액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한 뒤 엔진 제작 기술자로 추정되는 군 간부를 등에 업고 즐거워하는 모습. 1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도 이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김정은이 3월 치하했던 그 엔진 장착 김정은이 올해 3월 18일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신형 액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한 뒤 엔진 제작 기술자로 추정되는 군 간부를 등에 업고 즐거워하는 모습. 1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도 이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북한이 14일 발사한 신형 지대지(地對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화성-12형)은 무수단이나 북극성-2형(KN-15) 등 기존 IRBM을 크게 뛰어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엔진과 비행유도 및 제어장치 등 북한 미사일 기술의 결정체라는 의미다. 한미 군 당국은 화성-12형을 신형 고출력 액체엔진을 장착한 ‘KN-17’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본보 5월 15일자 A1·3면 참조).

○ 사거리는 ICBM급, 재진입 기술은 미완성

15일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영상을 보면 북한은 화성-12형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어 발사 장소로 옮긴 후 지상에 내려 고정시킨 뒤 쏴 올렸다. 고각 발사에 따른 실패 확률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화성-12형의 발사로) 미사일의 유도 및 안정화 체계, 구조와 가압 체계, 검열 및 발사 체계의 모든 기술적 특성이 완전히 확증됐으며 새로 개발한 로켓 엔진의 믿음성(신뢰성)이 실제 비행환경 조건에서 재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가혹한 재돌입(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 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 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면서 화성-12형이 ‘완전 새롭게 설계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이라고 전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화성-12형을 지난달 세 차례 발사 실패 후 네 번 만에 성공한 KN-17로 공식 명명했다”며 “한국 국방부도 이런 결론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KN-17이 500kg급 탄두를 싣고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최대 5000km가량 날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원산에서 쏘면 괌은 물론이고 미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최소 사거리 5500km)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 등 ICBM의 핵심 기술은 미완성 단계로 보인다. KN-17은 재진입 과정에서 섭씨 5000도 이상의 마찰열과 충격파로 불안정한 비행궤도를 그렸고, 낙하 속도도 음속의 15배 정도로 ICBM(음속의 20배 이상)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화성-12형의 모든 기술적 특성을 확증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재진입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북 미사일, 2∼3년 뒤 ICBM 배치 현실화


KN-17에 장착된 신형 액체엔진은 올 3월 18일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지상분출 시험을 한 ‘새형 대출력 발동기(신형 고출력 로켓엔진)’로 보인다. 북한은 이 엔진을 ‘백두산 엔진’으로 명명한 뒤 추력이 80tf(톤포스)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은은 시험 현장을 참관한 뒤 ‘3·18 혁명’이라면서 크게 만족했다. 신형 엔진 3, 4개를 묶으면 미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이동식 ICBM도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 미사일의 진화는 날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액체·고체연료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기술 축적과 성능 개량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고체엔진을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북극성·KN-11) 발사에 성공한 지 몇 달 만에 그 파생형인 신형 지대지 IRBM(북극성-2형)까지 쏴 올렸다. KN-17에 사용된 신형 엔진도 지상분출 시험 두 달 만에 실전 능력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 3년 뒤 미 본토 타격용 ICBM에 최적의 엔진을 전력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이지스함 발사용 SM-3 등 기존 요격수단을 무력화하기 위해 갈수록 미사일 다종화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강도 도발 신호탄? 화전 양면 예고편?

북한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신형 IRBM을 쏜 것은 단순히 실패 만회용 도발로 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치밀한 도발 플랜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 기조를 계승한 한국의 진보정권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의 ‘방패막이’로 삼아 향후 5년 내 핵·미사일 개발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신형 ICBM 발사와 핵실험 등 ‘핵·미사일 폭주’로 한반도 긴장 국면을 극대화한 뒤 전격 대화 제의 등 ‘화전 양면’ 전술을 펼칠 개연성도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불 도발’로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을 한반도 평화 저해 세력으로 각인시킨 뒤 통남봉미(通南封美) 전술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미사일#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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