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5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박병석 한국 대표단 단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 단장을 만난 것은 중국 측이 한중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포럼에 29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이 참가했지만 시 주석이 따로 회담한 인물이 많지 않다. 국가 정상이 아닌 대표단 단장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과 박 단장의 면담은 당초 예정에 없었으며 불과 몇 시간 전에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15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에게 “14일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안부의 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한중 관계는 고도로 중시돼야 하며 한중 관계 발전은 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시 주석은 또 11일 이뤄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러웠으며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이념에 관해 높이 평가하고,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고 박 단장은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시 주석과의 면담을 계기로) 그동안 꽉 막힌 한중 관계 돌파의 신호탄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방중 성과를 자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양측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양국 정상의 통화로 한중 관계를 풀어야겠다는 확실한 신뢰와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본다. 앞으로 서로 진일보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이 사드 배치를 놓고 격화된 양국 갈등이 완화되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 단장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이해찬 의원(민주당)이 특사로 방문해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어 사드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한국 정부 대표단이 별도로 방문할 것”이라고 향후 양국 대화 일정을 소개했다. 그는 “대표단에는 각 부처 인력이 다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국회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주장은 일관된다”고 말해 국회 동의 절차를 추진할 수 있음을 비쳤다. 이어 “사드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지만 한미 동맹의 기초하에 한중 간에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를 회복하면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5일 사설에서 “한국이 전직 총리인 중량급의 이해찬 의원을 특사로 보내는 것은 경색된 한중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걸림돌인 사드 문제에서 성의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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