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1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미국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탄핵 요건인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법방해는 사법제도의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부정한 의도로 정부 기관의 공식 조사와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입하면 그 행위가 합법적이라고 할지라도 사법방해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대통령에게 보장된 권한에 따라 해임했더라도 트럼프 자신에게 불리한 러시아 내통 의혹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사법방해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법방해는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다. 닉슨은 탄핵안이 미 의회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뒤 자진 사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사법방해 조항이 적용됐지만 미 의회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됐다. 미국 CNN의 정치 분석가인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탄핵 영역에 들어섰다”며 “사법방해는 닉슨을 물러나게 한 최대 혐의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 탄핵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여론조사업체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이 12∼14일 미국 국민 6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탄핵을 지지했다. 반대는 41%,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는 11%였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이 사실일 경우 54%가 사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집권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규모에 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탄핵 추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슬프고 내키지는 않지만 ‘예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하원 과반이 동의해야 탄핵 소추가 이뤄지고 상원 출석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하원은 공화당이 228석, 민주당이 193석이고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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