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전 1호기는 전기 부족 해소는 물론이고 원자력 기술 자립을 위한 첫 번째 큰 걸음이라는 역사를 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25기의 맏형으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설비 고장과 인적 실수 등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원전이기도 하다. 물론 그 경험 덕분에 역설적으로 후속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한 바도 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2012년 정전 사고 은폐 및 부품 비리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노후 원전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환경단체와 정치권에서는 탈(脫)원전 목소리가 크다. 이분들에게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탈원전 운동의 첫 결실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고, 탈원전 또는 질서 있는 퇴진의 시작점으로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고리 1호기의 성공적인 업적을 부인할 수는 없다.
고리 1호기는 지난 40년간 1500억 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 전기량을 화력(중유) 발전소로 환산하면 20t의 중유를 10분마다 소비하며 1만600일간 발전한 양에 맞먹는다. 부산지역 전체가 약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기도 하다. 고리 1호기는 이렇게 막대한 양의 전기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
특히 발전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못 미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라늄 1g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석유 9드럼 혹은 석탄 3t의 에너지에 상응한다. 유가와 환율 변동 등의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비축성 및 공급 안정성이 탁월하여 에너지 안보에 큰 기여를 해왔다.
노후 원전으로서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우려하여 조기 폐로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지난 40년간 주민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과오 없이 잘 운영되어 왔다. 고리 1호기의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는 미국, 스위스 등의 선진국에 많이 있다. 스위스 베츠나우 원전 1, 2호기는 고리 1호기와 유사한 웨스팅하우스 원전으로 각각 1969, 1971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60년간 가동할 예정으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위험하다면 이들이 오래전에 퇴출했을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꼭 아쉬워만 할 일은 아니다. 무탈하게 가동될 때 보내는 것은 한편으로는 축하할 일이다. 그동안 역할이 성공적이었고, 원전 해체기술 축적이라는 다음 단계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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