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盧탄핵때 손잡아준 법학자… 조국 수석과 師弟가 검찰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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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장차관 인사]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2004년 3월 국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직후, 노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던 안경환 교수를 찾아갔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명망 있는 헌법 전공 교수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안 교수는 처음에는 문 대통령의 부탁을 거절했다. 하지만 다른 교수들이 같은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안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검찰 개혁 추진할 적임자”

11일 청와대는 검찰 고위직 출신이 주로 맡아온 법무부 장관에 ‘비(非)사법시험, 비검찰’ 출신인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를 지명했다.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 아닌 법무부 장관은 1950년 김준연 전 장관(언론인·별세) 이후 67년 만이다. 법학자가 법무부 장관에 기용된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74∼1975년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고등문관시험 사법과·별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날 안 후보자 내정 이유에 대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도 지명 사실 발표 직후 “법무부의 ‘탈(脫)검사화’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그동안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8월 한 언론 기고에서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하는 우리나라 검찰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권한이 매우 강하다. 검찰 권력을 견제할 다른 권력이 필요하며 정권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검찰로 만드는 개혁이 최우선 과제다”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직속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검찰과 법무개혁 작업을 주도했다. 당시 안 후보자는 검찰청법 제7조(검사동일체원칙)를 개정해 상명하복 의무를 삭제하고 검사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 검사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2006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2년 8개월 동안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학교를 떠나 잠시 외도도 했다. 안 후보자는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사퇴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임사에서 “(인권위가) ‘좌파정부’의 유산이라는 정치논리의 포로가 된 나머지 유엔 결의로 채택한 독립기구를 축소시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자는 인권위원장 재임 당시 피우진 중령(신임 국가보훈처장)이 유방암 수술 전력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해 행정소송을 벌일 때 “국방부가 복무의 자유를 제한하고 병력(病歷)에 대한 차별금지를 위반했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 조국 수석과는 동문 사제지간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2)은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일할 때 조교로 일했다. 안 후보자는 울산대, 동국대 교수로 일하던 조 수석이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 수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으로 임용에 어려움을 겪자 안 후보자가 적극 해명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참여연대와 국가인권위에서도 함께 일했다.

조 수석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며 트위터에 ‘안경환 교수님의 약속’이라며 “(투표율이) 77%를 넘고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면 내 사랑하는 제자 조국 교수와 조 교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77번 큰절을 하겠다”는 글을 인용해 올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법무부 장관에 비검찰 출신, 여성 인사를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물망에 올랐던 여성 후보자들이 잇달아 입각을 고사하면서 안 후보자로 선회했다.

△경남 밀양(69) △서울대 법과대 학장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광영 neo@donga.com·문병기·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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