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를 꺼내는 순간,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그때마다 아이들은 열광하지만 어른들은 일상 속에서 이 말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질색한다. 도대체 어떤 말이길래? 바로 ‘똥’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이야기책을 꼽자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국내 소개된 이래 줄곧 사랑받고 있는 독일 그림책이다. 눈 나쁜 두더지의 머리 위에다 똥 싸놓고 사라진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인데 연극과 뮤지컬로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책으로 1996년 그림책으로 출간된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이 있다. “에구 더러워” 놀림을 받은 강아지똥이 울자 미안해진 ‘소달구지에서 떨어진 흙덩이’가 위로했다. “너도 꼭 귀하게 쓰일 거야.” 봄이 오자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면서 자신도 소중한 존재임을 배운다는 얘기다.
▷똥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웃나라도 마찬가지다. 3월 발매된 초등생용 한자 학습도서(전 6권)가 200만 부 넘게 팔리며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자 1개당 3개씩 소개된 예문마다 ‘똥(うんこ)’을 포함시킨 덕분이다. ‘이제 금(今)’의 경우 ‘이다음에 똥랜드에 놀러가자’로 소개하는 식이다. 한자공부를 지루해하고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 부모들이 앞다퉈 지갑을 연 것 같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똥 이야기를 좋아할까. 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똥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근사한 창조물이자 자신의 소중한 분신처럼 여긴다는 거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난 아들 녀석이 “똥아∼ 안녕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른들의 부정적 고정관념과 해맑은 동심이 대조적이다. 똥의 한자인 분(糞)은 쌀 미(米)와 다를 이(異)로 구성된다. 쌀의 다른 모습이란 의미다. 거름에서 곡식을 거쳐, 다시 밥에서 거름으로 돌아가는 끝없는 순환, 우리가 하찮고 쓸모없이 생각하는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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