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29, 30일)을 코앞에 두고 양국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이은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발언 파문 탓이다. 자칫 북한 김정은만 어부지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미관계가 ‘적전분열’까지는 아니어도 금이 가 있는 ‘적전균열’ 형국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 ‘조건 없는 대화’와 남북중일 4개국 월드컵 공동 유치 등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어질 4강 외교에서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선 북핵 문제 해결을 주변국에만 맡길 수 없다. (우리가 주도해)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과 대북 대화 재개 움직임이 과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노무현 정부의 ‘균형외교’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한반도 안보 현황을 논의하면서 사드 배치 지연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미국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문정인 특보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 등은 미국 내 우려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한미 간 파열음이 확산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문 특보에 대해 “앞으로 있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엄중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과의 오찬이 무산된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 ‘홀대’ 논란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연일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14일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의 호전적 망동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핵 문제는 당사자인 미국과 우리(북한)가 논할 문제다. 남측이 참견할 것이 못 된다”고 했다.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는 동시에 한미 간의 틈새를 벌려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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