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위협을 끝내기 위한 모든 외교적·경제적·군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하는 B-1B 랜서 전략 폭격기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B-1B 랜서는 괌을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이 긴박한 국면에서 어제 방한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회동에서는 ‘군사적 조치’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이 ‘포위사격’하겠다는 미국령 괌은 준(準)전시태세에 돌입한 듯하다. “눈이 멀 수 있으니 섬광이나 불덩이를 똑바로 쳐다보면 안 된다” 같은 내용이 담긴 ‘비상행동수칙’도 배포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패네타는 “쿠바에 대한 소련의 핵미사일 배치를 놓고 핵전쟁 위기까지 갔던 상황 이래로 핵전쟁 가능성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상황이 위중하다는 뜻이다.
12일 ‘군사적 옵션이 장전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화를 걸어 “관련국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악화하는 자극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문제지만 북한을 자극하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라는 양비론(兩非論)을 또다시 편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방침을 통보하며 북한 도발에 미온적인 중국 대응에 불만을 표출했다.
대북 영향력을 통해 현 위기 국면을 진정시킬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다. 북한도 미국도 자제하라는 시 주석의 양비론은 김정은의 오판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뿐이다. 시 주석은 대북 원유·식량 공급 중단이나 접경지역 밀무역 철저 단속 등 미국이 요구해온 대북 압박책에 동참 의사를 밝혀야 한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돼 자국 국경에서 미군과 마주하는 상황을 가장 꺼린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불행한 사태가 날 경우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대북 특사라도 파견해 김정은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괌 사격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보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지도자의 행보가 동북아를 긴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 우리 국민의 불안감도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대중(對中)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도 “한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는 없다. 중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일은 72주년 광복절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타개 방안을 내놓고 위기 시 국민을 단합시키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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