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브리태니카 등은 정확도와 방대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전입니다. 그러나 역사가 유구한 만큼 요즘 세태의 언어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차가운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 문구, 농담, 유머 등을 알려주는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도시의 사전)’입니다. 종이로 된 사전이 아니라 약간 ‘불경한’ 온라인 사전입니다. 》
“결혼과 마약은 비슷하다. 원해서 시작하고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다.(Marriage and drugs are similar. You start because you want to and you continue because you have to)”
미국에서 잘 알려진 유머입니다. ‘약’을 신성한 결혼과 비교한다는 것이 왠지 불경스러워 보이지만 그만큼 마약은 미국인들의 생활과 일상대화 속에 침투해 있습니다. 미국에서 마약을 일반 약품과 똑같이 ‘드럭(drug)’이라고 하지 않나요.
요즘 미국은 도시들마다 마약 안전사용 장소를 설치하느냐를 놓고 시끄럽습니다. 마약사용자가 불결한 장소에서 주사바늘이나 다른 마약기구를 사용하다가 질병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심하고(?) 마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한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거죠. 비교적 마약문제에 관대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서부 도시들에서 논의가 활발합니다. 당연히 찬반양론이 뜨겁습니다. 그렇지만 놀랄 것도 없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이미 운영되고 있죠.
워싱턴 특파원 시절 놀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언제나 마약을 골칫거리로 보고, 해결해야 하는 공공의 적 1호로 여기지만 드러내놓지 않고 쉬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TV에서 아예 대놓고 마약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 애청자였던 저는 프로그램 시간과 회사 발제 시간이 겹쳐 고민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미국 TV는 질병이나 중독 등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은밀한 건강 문제를 치유하며 힐링하는 ‘메디컬 리얼리티 쇼’가 대세인데 이 프로그램은 정말 ‘리얼리티’면에서는 최고인 듯 했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가 떨떠름하게 여기는 직접 마약을 하는 장면도 부지기수로 나왔죠.
프로그램은 중독자들의 삶을 ‘인간극장’식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등장인물 중에서 마지막에 약을 끊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당사자나 카운슬러, 당국이 모두 알고 있죠. 가족과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일정 수준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더군요. 물론 자기통제(self-control)만큼 힘든 것도 없지만요.
미국이 변하고 있습니다.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마약 퇴치에 매달리느니 통제와 조절이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현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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