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인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중국의 원유가 북한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대북 원유 금수 조치는 폭주하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최후의 경제 제재 카드다. 특히 10월 18일 집권 2기를 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장기집권 플랜을 마련하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로(大怒)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국 측의 결단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핵실험 뒤 주중 북한대사관 고위 관리를 불러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 과정에 미국의 요구에 못이기는 척하며 원유 중단을 결정하거나 밀무역이 성행하는 국경 지역을 폐쇄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논의에서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국이 예봉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원유 공급 중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4일(현지 시간) 긴급회의가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한미일 3국은 지난달 5일 통과된 2371호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의 원유 수입 차단 및 북한의 의류 및 섬유 수출 금지 등 대북 금수 조치의 전면 시행 카드를 집중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논의할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서도 미중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어느 정도 합의하느냐가 관건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완전 중단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합의에 이르더라도 완전 중단이 아니라 일시 중단이나 공급량 축소 정도에서 타협을 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공급량 감소 가능성을 높게 봤고,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중단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현실화될 경우 이 또한 대북 제재 역사에 중대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 완전 차단이 중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보복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겅솽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원유 공급 중단을 묻는 질문에 “안보리 회원국의 토론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완전한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웃 국가인 북한과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3일에도 “원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북-중 접경지역 무역을 닫으면 양국 사이에 대립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활동이 동북지역을 오염시키지 않는 한 중국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대북 제재를 피해야 한다”며 그 나름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원유 제재에 부정적이면서도 ‘완전한 중단’에 한정한 점이 주목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진핑 지도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런 중국의 딜레마를 간파하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직전인 3일 오전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전문가들은 핵실험의 주요 목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시 주석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10월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국내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간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외교정책 담당자와 가까운 인사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종이호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3년까지 북한에 매년 50만 t 이상의 원유를 수출했다. 현재 중국의 해관총서(세관)는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통해 매년 약 50만 t의 원유를 무상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만 t 규모의 유상 제공 역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매년 필요한 원유량 110만∼120만 t의 90% 이상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2차 북핵 위기 때인 2003년 3일간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이 손을 들고 대화에 나온 적도 있다. 북한이 6개월 분량의 원유를 비축해 공급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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