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숙소, 최대 5일밖에 사용못해… “경찰 함께 있는게 아니라서 불안”
스마트워치 GPS 반경넓어 효과 뚝
7월 초 A 씨(57·여)는 호텔로 ‘피신’했다. A 씨가 호텔을 찾은 건 남편 탓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지만 급하게 몸을 피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틀간 머물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안전한 숙박업소를 선정해 임시숙소로 제공한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호텔을 나왔다.
그러나 A 씨는 임시숙소에서 일주일밖에 머물지 못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해도 임시숙소 거주 기한이 최대 5일인 탓이다. 그나마 A 씨는 담당 경찰의 배려로 이틀을 더 머물렀다. A 씨는 “당시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불안하다”며 “임시숙소에 더 머무르고 싶었는데 규정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고 털어놨다.
범죄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부산에서는 신변보호 개시 사흘 만에 한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피해자는 헤어진 애인의 위협 때문에 신변보호를 신청했지만 참변을 당했다.
6일 경찰청이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신변보호 대상자는 2015년(4∼12월) 1105명에서 지난해 491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5월 말까지 2272명에 달해 연말 5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신변보호 대상자는 급증하지만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경찰의 신변보호 예산은 총 9억5400만 원. 내년도 예산안에도 같은 액수의 예산이 반영됐다.
그나마 받은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스마트워치 예산 3억1100만 원 중 2억5300만 원, 임시숙소 예산 4억7500만 원 중 4억4700만 원만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의 경우 덜 쓴 돈은 검찰에서 집행했고 임시숙소 예산은 2015년 초과 지출한 것을 감안하다 보니 덜 쓰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이유로 생긴 ‘5일 기한’이라는 거주 규정 탓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쫓기듯 임시숙소를 나와 숙박업소를 찾거나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폭력으로 임시숙소를 사용했던 B 씨는 “임시숙소에 머물기는 했지만 경찰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효과도 논란이다. 부산에서 살해된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위협받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지만 출동 시간이 10분을 넘겨 변을 막지 못했다. 스마트워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표시 반경이 넓어 정확한 지점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경찰은 이달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보급할 방침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피해자를 가장 먼저 접하는 건 경찰이지만 범죄구조기금의 대부분을 검찰이 집행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경찰의 관련 예산 확충과 효과적인 피해자 구제 제도 도입을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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