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9월 18일]미국 명문대의 이색 수업…한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7일 16시 24분


대학 강의실 풍경.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동아일보DB.
대학 강의실 풍경.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동아일보DB.

문. 다음 중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학과는?
①예수대 신학과
②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③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④선문대 신학순결학과
⑤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정답은 ①이다. 전북 전주시에 자리잡은 예수대는 건학이념으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신학 전공은 따로 없다. 거꾸로 나머지 네 개 학과는 실제로 존재한다. 한 문제 더 풀어보자.

문. 다음 중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대학 과제는?
①수강생끼리 1만 원으로 데이트하기
②부모님께 밥상 차려 드리기
③부자에게 시집가는 법 토론하기
④뮤지컬 출연하기
⑤에로틱 판타지 소설 쓰기

이번에 정답은 없다. 이 다섯 가지 모두 대학 교양 수업 과제로 실재로 나온 것들이다. 부모님께 밥상을 차려드리는 수업은 과목 이름부터 ‘밥상머리 교육(건양대)’으로 범상치가 않다. ‘뮤지컬 출연하기’는 물론 전문 배우로 대극장 무대에 서라는 건 아니다. 국민대 ‘체험 뮤지컬’ 수험생들은 직접 뮤지컬을 만들어 교내 공연을 진행한다. ⑤는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마광수 교수가 연세대 학새들에게 내준 과제로 유명하다.

이렇게 이색적인 대학 교과목은 언제든 눈에 띄게 마련. 1995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는 미국 명문대에서 개설한 이색 과목을 소개했다.

1995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 31면 기사
1995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 31면 기사

당시 소개한 과목은 △예일대 ‘근친성교의 이야기들’ △조지타운대 ‘게이와 레즈비언의 말할 수 없는 생활들’ △컬럼비아대 ‘인종, 성(性) 그리고 로큰롤의 정치학’ △코넬대 ‘집 없는 사람을 먹고 재우는 법’ △하버드대 ‘마녀 늑대인간 강신술(降神術·기도나 주문으로 신을 내리게 하는 술법)’등이었다.

이런 교과목을 개설한 데 대해 영아메리칸재단(YAF)은 “학문의 자유도 좋지만 이런 과목들을 배우기 위해 1년에 우리 아이들이 많게는 2만5000여 달러의 학비를 내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고 당시 동아일보는 전했다.

물론 그때 한국 대학에 딱딱한 교양 수업만 있는 건 아니었다. 1995년 서강대에는 ‘죽음에 이르는 심리’라는 교양 과목이 있었고, 단국대에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2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는 ‘교양 합창’ 과목도 있었다. 서울대 ‘여성의 건강’은 ‘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남학생이 앞다퉈 수강했다고 한다.

시험 유형도 특이한 대학이 많았다. 아주대 토질역학 수강생들은 무박 3일 동안 400문제가 넘는 문제를 풀어야 ‘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다. 시(詩) 100개를 외워 쓰는 문제를 내는 학교도 있었다. 교가 가사를 쓰라거나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적는 문제를 내는 교수는 부지기수.

‘전설의 아주대 시험’을 소재로 한 KBS ‘스펀지’. 인터넷 캡처
‘전설의 아주대 시험’을 소재로 한 KBS ‘스펀지’. 인터넷 캡처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 상대(현 경영대)에는 항상 ‘마케팅은 무엇인가’라는 시험 문제를 칠판에 적어주는 교수가 있었다. 수험생들도 당연히 이 문제를 준비해 왔는데 어느 해인가 교수가 칠판에 ‘대’부터 적는 게 아닌가. 학생들이 술렁거리는 사이 교수가 완성한 문제는 이랬다. ‘대체 마케팅은 무엇인가’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끝나지 않았다. 대체를 다른 것으로 바꾼다는 뜻을 가진 ‘代替’로 받아들였던 것. 이 소동은 교수가 문제 맨 앞에 ‘도’를 적어 넣어 ‘도대체 마케팅은 무엇인가’로 바꾸면서 끝났다나 뭐라나.

어떤 의미에서 대학은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수용할 수 있어야 성장하는 법. 그래서 부탁드린다. 독자 여러분이 보고 들으신 가장 특이한 대학 관련 에피소드를 댓글로 달아주시라!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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