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문화 개선’ 설문 답변보니
문무일 총장 지시로 9월까지 의견 취합
“밥총무 싫어요” “남자도 육아휴직”… 검사들 감춰왔던 속내 쏟아내
“밥은 따로 먹었으면 좋겠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자.”
검찰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실시 중인 설문조사에 일선 검사들이 그동안 감춰왔던 속내를 쏟아내고 있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은 검사들을 상대로 ‘검찰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한 검찰의 조직문화를 부드럽게 바꿔야 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문에 따라 시작됐다. 각 검찰청은 각 부서의 수석급 검사와 중견 검사, 초임급 검사별로 나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검사들은 각종 회식이나 식사 자리에서 모욕이나 성희롱 등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회식 자리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잦은 회식 때문에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검사도 많다.
각 부서의 막내 검사가 이른바 ‘밥 총무’를 하는 관행을 없애자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에서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부장검사와 후배 검사들이 점심, 저녁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데 ‘밥 총무’를 맡은 막내 검사가 식당 예약과 비용 정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밥 총무’는 청사 주변의 맛집 리스트를 구해 식사 때마다 다른 메뉴를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배 검사들이 ‘밥 총무’에게 “어제 과음했으니 해장되는 걸로 하자”, “물에 빠진 고기는 안 먹는다” 등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밥 총무’를 하는 막내 검사들은 “부서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하자”, “식사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상급자의 막말과 반말, 욕설을 문제 삼은 검사도 많았다. 일부 검사는 “검사 상호 간에는 반말을 금지하자”거나 “막말 하는 간부들은 다면평가를 통해 인사 불이익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또 “남자 검사가 육아휴직을 쓰는 데 눈치 보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대검은 이달 말까지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조직문화 개선 방안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검사가 부장검사의 폭언, 폭행을 못 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바람직한 조직문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폭언모독 언행 근절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일부 검찰 간부가 후배 검사에게 욕설을 하거나, 후배가 작성한 공소장을 찢어 모욕한 사례 등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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