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홀 함께 돌고 두시간 만찬… 종일 붙어다닌 트럼프-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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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시아 순방]

“지금보다 우리가 일본과 더 가까웠던 적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양국) 관계는 정말로 대단하다. 나와 아베는 서로를 좋아하고 두 나라도 서로를 좋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저녁 도쿄 긴자의 한 식당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비공식 만찬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와) 북한과 무역, 그리고 다른 문제들을 포함해 다양한 주제들을 토론할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와규(和牛) 스테이크와 새우구이로 양 정상 부부와 극소수만 참여한 만찬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아베 총리는 9시 10분경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기뻐했다. 의미 있는 만찬이었다”고 말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오후 7시 반경 트럼프 대통령을 숙소인 도쿄(東京)의 데이코쿠(帝國)호텔로 마중 나가 대통령 전용차에 동승해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아베 총리의 ‘트럼프 모시기’는 이에 앞서 진행된 통산 두 번째 골프 라운드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라운드를 위해 3일 오후 짬을 내 도쿄 근교 골프장을 찾아 몸을 풀었다는 후문이다.

일본 최고의 프로 골퍼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선수가 동행한 이날 라운드에서 두 정상은 스코어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백악관 고위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와 ‘보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파’가 많았던 반면 아베 총리는 초기에 3차례 벙커에 넣었다가 후반에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평균 90타 수준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68타를 기록한 바 있다. 백악관 관리는 이날 두 정상이 골프 중 대북 대응이나 무역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도 전했다. 미국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카트를 사용하지 않고 걸어가는 것을 처음 봤다”고 NHK방송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레이가 끝난 뒤 아베 총리에게 “정말로 즐거웠다. 매우 멋진 코스였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도 “아베 총리와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 등 멋진 2명과 골프를 하고 있다”는 코멘트를 올렸다. 함께 올린 동영상에는 마쓰야마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페어웨이에서 아이언을 사용해 샷을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골프를 마친 뒤 양 정상은 각기 헬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갔다. 오후 3시 37분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인 데이코쿠호텔에 전용차인 ‘비스트’를 타고 도착했다. 비슷한 시간 총리관저에 도착한 아베 총리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날씨가 정말 좋았고 클럽에서도 따뜻한 환영을 받아 트럼프 대통령도 크게 즐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에서의 대화는 좀 들뜨게 된다”며 “서로 편안하게 속내를 말할 수 있어 어려운 화제도 가끔 섞으면서 느긋하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2박 3일 방일 기간에 골프는 물론이고, 4차례에 걸쳐 함께 식사를 하면서 돈독한 스킨십을 과시한다. 5일 점심 저녁에 이어 6일 점심도 워킹런치를 함께한 뒤 정상회담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 밤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한다는 일본의 개그맨 겸 DJ ‘피코타로’도 초대됐다. 피코타로는 동영상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도쿄 긴자(銀座)의 진주 전문 보석점을 찾았다. 미에(三重)현에서 해녀로 일하는 여성들이 직접 진주의 종류나 채취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자 멜라니아 여사가 질문도 하며 열심히 들었다고 NHK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예방한 뒤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의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아베 총리와 함께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을 면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 아베 총리 주최의 만찬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7일 오전 한국으로 출발한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테러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2만1000명을 투입해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강고한 미일 연대를 국내외에 피력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양 정상 사이 소통은 정상회담만 이번까지 합해 5번, 전화회담은 알려진 것만 16회에 이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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