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죽음의 계곡 건널것”… 정치력 시험대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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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새 당대표 당선

13일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유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며 자유한국당 복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3일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유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며 자유한국당 복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바른정당의 새 대표에 4선의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 유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이후 6개월 만에 당의 전면에 나서며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 “진짜 보수는 우리” 한국당과 차별화

바른정당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유 대표가 1만6450표(56.6%)를 획득해 새 사령탑에 올랐다. 최고위원으로는 하태경 의원(7132표·24.5%)과 정운천 의원(3003표·10.3%), 박인숙 의원(1366표·4.7%)이 당선됐다.

유 대표는 원고지 40장 분량의 수락연설에 나서 “여러분은 오늘 저를 가짜 보수당이 아닌 진짜 보수당의 대표로 뽑아 주셨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당을 ‘낡은 보수’ ‘썩은 보수’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분당(分黨)을 겪으며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의도다.

이후 당의 상황을 ‘죽음의 계곡’ ‘춥고 배고픈 겨울’ 등에 빗대며 기로에 선 ‘개혁 보수’의 결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1월 썩은 보수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시작했지만 국민이 ‘바른정당은 정말 다르구나’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앞에 맹세한다. 바른정당과 개혁 보수의 창당정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을 향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곳, 편한 길을 찾는다. 그런데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자며 보수 통합을 강조하는 것에도 “진정한 보수가 한국 정치에서 다시 시작할 때 비로소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대회는 당초 집단 탈당으로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당원들 간 끈끈한 결집력을 과시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250석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려 일부 참석자는 복도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당원들은 잔류를 택한 의원들을 박수로 격려했다. 경선을 완주한 후보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 유승민 ‘중도-보수 통합’ 승부수

유 대표는 본격적인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추가 탈당설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았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명대회 직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은 11석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유 대표는 일단 중도-보수 통합 카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 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의원들 간)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유 대표는 “일부가 탈당하면서 한국당과의 대화가 막막하다”고 한 반면 “국민의당과는 상당히 대화를 했고 원칙과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 대표는 14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예방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새 지도부가 꾸려지며 국민의당은 통합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시 내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유 대표 외 의원 상당수가 금년 내로 다시 한국당으로 많이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유승민#바른정당#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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