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제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국고 손실과 뇌물공여,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이병기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하던 중 긴급 체포했으며 최장 48시간의 체포 시한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냈다. 이들은 매달 5000만 원에서 1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청와대 측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상납은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간부를 통해 이뤄졌다. 국고 손실 혐의를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뇌물이라면 국정원 간부들을 통해 제공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국정원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보안·수사 활동에 쓰라고 배정된 돈이다. 아무리 증빙자료가 필요 없는 돈이라지만 이 돈이 목적과 달리 청와대에 전달된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똑같은 방식은 아닐지라도 특활비가 유용된 불법적인 행위는 과거 정권에도 있었다. 관행이라고 해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벌한다면 돈을 요구한 대통령을 엄하게 처벌해야지,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던 국정원장을 구속까지 할 사안인가.
노무현 정부 시절 김만복 국정원장은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에 ‘기념 식수 표지석’을 설치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방북하고, 후에 방북 시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 지금과 같은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적지 않은 불법적인 행위와 자금 유용이 있었겠지만 김 전 원장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특활비를 유용한 국정원장들을 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걸어 처벌하더라도 그 돈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지 않았다면 국정원장까지 지낸 사람들을 뇌물로 몰아 수갑을 채우는 것이 마땅한지 고민해야 한다.
11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재임 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국정원장은 대북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전 정권에서 일한 국정원장 3명을 모조리 잡겠다고 벼르는 이 사태를 보고 누가 속으로 웃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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