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한 시험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됐다. 다만,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인문은 국어와 수학, 자연은 수학과 과탐 영역이 대입에서 중요할 것으로 본다.”(김창묵 경신고 교사)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수능은 지난해에 이어 ‘불수능’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영어 절대평가로 인해 대학들의 영역별 반영 비율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전체 점수로 전략을 짜기보다 대학별로 상이한 영역별 반영 비율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 국어-어렵고 긴 지문
국어는 9월 실시된 모의평가(만점자 0.3%)보다 조금 어렵고,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수능(만점자 0.23%)과 비슷한 난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올해도 새로운 경향의 문제가 2, 3개 출제됐고 독서영역에서도 고난도 변별력이 있는 문항이 두 개 출제됐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독서에서 지문 길이가 시험지 한 장에 달하는, 매우 긴 지문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도 그 경향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어영역에서 가장 어려웠을 문항으로 41번을 꼽았다. 41번은 디지털 통신 시스템의 부호화에 관한 긴 기술지문을 읽고 해당 기술을 사례에 적용해야 했다. △중세국어 지문이 출제된 12번 △음운변동에 대한 국어 지식이 필요한 14번 △매우 긴 환율 관련 경제지문을 읽고 이를 그래프와 연결해 사고해야 하는 30번 등이 고난도 문제로 분류됐다.
대표적인 신유형 문항은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등장했던 4∼7번 문항이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독서 토의 활동을 소재로 한 4∼7번은 교과서에 기초한 교수학습모형을 그대로 보여준 문제”라며 “수능에서는 처음 나온 유형이지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5번과 42번도 수능에서는 처음 등장한 유형의 문제였다.
○ 수학-난도 높은 신유형이 관건
수학도 어려웠다.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가’형은 전년도 수능(만점자 0.07%)이나 9월 모의평가(만점자 0.37%) 난도와 비슷했다는 분석이, 문과생이 주로 보는 ‘나’형은 전년도 수능(만점자 0.15%)보다 약간 어렵고 9월 모의평가(만점자 0.13%)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수학 나형의 21번 문항과 30번 문항은 신유형이면서도 고난도 문항이어서 이 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 간 변별력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예전에는 명확하게 떨어지는 함숫값을 구해야 했다면 올해는 주어진 함수의 조건들을 보고 이를 잘 해석해서 그래프의 모양 등을 ‘추론’하는 능력을 많이 물었다”며 “사고력을 보는 문항이 고난도의 신유형으로 출제됐다”고 전했다. 예컨대 30번 문항은 다양한 그래프를 추론하면서 정적분도 계산해야 하고 수열의 일반항도 이해해야 하는 등 3가지 개념을 완벽히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수학 가형은 20번, 21번, 30번이 신유형, 21번과 29번, 30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작년에는 구체적으로 함수가 주어지지 않아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지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면 올해는 함수가 구체적으로 주어지긴 했지만 큰 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풀기 힘들어서 학생의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영어-어려워진 독해
올해 처음으로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고 굉장히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고 배점도 과거와 비슷했다”며 “다만, EBS 비연계 지문 가운데 독해가 어려운 지문들이 있어 32∼34번 문항은 해석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무난한 시험이라고 여겨지지만 나름대로 변별력을 갖추려는 의도가 보였다”며 “빈칸 추론 문항이 어려운데 4문항 중 3문항이 EBS 비연계로 출제됐고, 단어와 짧은 어구 대신 긴 어구와 절을 찾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 34번을 꼽았다. 수험생들은 생소한 개념이나 전문영역을 다룬 지문을 어려워하는데 34번 지문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을 재규정해야 하는 상황을 기술했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됐다고 해서 막연히 쉽게 출제될 것이라 믿고 소홀히 준비했던 학생들은 좋은 등급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와 비슷한 난도였다고 평가되는 지난해 수능의 영어 90점 이상 비율은 7.8% 수준이었다.
○ 한국사·탐구-예상 밖 고난도
지난해부터 필수 영역으로 지정된 한국사의 출제 기조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졌다. 50점 만점 중 40점 이상만 받으면 1등급이다. 그러나 수험생 상당수는 “한국사가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험생 심모 양은 “6월이나 9월 모의평가보다 훨씬 어려웠고 역사 속 시대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알아야 맞힐 수 있는 문제가 나와 의외였다”고 말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도 전 과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웠던 걸로 분석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사탐에선 세계사가 전년보다 크게 어렵게 출제됐고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법과 정치도 지난해보다 조금 어렵게 나왔다”고 말했다. 또 “과탐에서는 지구과학2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어려워진 걸로 분석됐다”며 “생명과학1은 전년 대비 조금 어려웠다”고 전했다.
수능 출제본부는 “과학계의 학문적 동향을 활용하면서도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문항 소재로 활용했다”며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필요한 과학 개념과 함께 과학적 탐구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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