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웃 나라 일본의 난민 신청자와 난민 인정을 받은 외국인의 수다.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약 0.3%에 불과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난민을 보다 폭넓게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도 근래 들어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신청자는 2000년 216명에서 2010년 1202명, 2015년 7586명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난민 수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치안 악화, 국민의 세 부담 및 행정 부담 증가, 사회 갈등의 심화 같은 문제 등이 단골손님처럼 지적된다. 국가 간 마찰 같은 국제 정치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이 36만2000명에 이르는 유럽은 난민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난민 정책에 따라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은 난민 심사 제도를 보완하고 난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 일본
일본은 난민을 수용하는 대신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일본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1억7300만 달러(약 1880억 원)를 출연하는 등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난민 지원 기금을 내고 있다. 또 신청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비자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인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난민 인정 심사를 기다리는 신청자에게 반년 기한의 비자를 발급하고 기한마다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일본에 머물 수 있다. 난민 심사 신청을 하면 체류자격과 취업자격(신청 6개월 뒤부터)을 얻을 수 있다.
문호를 더 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13년부터 2년간 이의신청 난민들을 심사하는 민간인 ‘난민 심사 참여원’으로 일한 하카타 게이(墓田桂) 세이케이대 교수는 “돈벌이가 목적인 난민 신청자가 적지 않다. 신청자들의 생존 능력이 너무 높았다”며 “일본 사회의 안녕을 생각한다면 신중한 난민 행정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의 ‘난민 공포’는 다른 쪽에서 찾아오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속에서 한반도 유사시 수만 명의 북한 난민이 몰려올 경우를 걱정하고 있는 것. 최근에도 일본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규슈(九州) 등의 지역에 임시 수용시설을 설치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독일
유럽 국가 중 난민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독일이다.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월 4연임에 성공하며 난민 포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국내 갈등의 골이 깊다. 지난달 27일 독일 내 난민에게 우호적인 시장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에게 피습을 당했을 정도다.
독일은 보호 필요성에 따라 난민의 등급을 세분해 혜택을 다양하게 적용한다. 이는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완전한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3년 동안 머물 수 있다. 이 기간 독일어 구사 능력이 향상되고 자립하려는 노력이 인정되면 계속 정착할 수 있다. 난민의 가족 역시 교육, 의료 등 각종 기본 권리가 보장된다.
그 아래 단계인 ‘보완적 보호(Subsidiary protection)’로 결정이 날 경우 이들은 1년 동안 비자를 받고 이후 2년마다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완전한 난민 등급과 달리 고국에 있는 가족을 데려올 수 없다.
독일의 경우 2015년 보완적 보호 상태가 전체 난민 관련 결정자 28만2726명 중에 1707명(0.6%)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무려 15만3700명이나 보완적 보호 상태로 지정해 전체 결정자의 22.1%를 차지했다.
● 프랑스
프랑스는 입국 120일 안에 난민신청소(PADA)에 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도록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PADA에서는 난민 신청자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곳에 들어간 지 10일 내에 경찰청과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이 장소에서 머물 수 있다. 가족 신청자와 나 홀로 신청자는 분리해서 수용한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낯선 땅에서 가급적 편하게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프랑스나 독일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난민의 동화 정책이다. 사회 갈등을 줄이면서 동시에 국가 노동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난민은 누구나 무료로 언어는 물론이고 직업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해 언어 교육 예산만 전해의 두 배인 5억5900만 유로로 늘렸다. 30만 명의 난민에게 1인당 660시간씩 독일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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