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유치’ 내거는 국회의원… 공약 악용하는 건설사들

  • 동아경제
  • 입력 2017년 12월 21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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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판교 복선전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지역발전과 관련한 공약들이 쏟아진다. 특히 개발이 덜 된 일부 서울 및 수도권에선 어김없이 지하철역사 유치가 빠지지 않는다. 지하철은 편리한 이동을 돕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 실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후보자들이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지하철 유치 공약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시장에 활용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갑에 당선된 이석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2년에 이어 2016년 국회의원 선거 기간 당시 월곶-판교 노선에 비산역·관양역 유치를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수원시갑 이찬열 의원(국민의당)도 지난해 총선을 통해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신분당선 연장 2단계) 조기착공을 내걸며 주민들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미 아파트 및 수익형 부동산 분양을 완료했거나 여전히 ‘역세권’을 내세워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월곶-판교 본선전철 안양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시흥 월곶에서부터 광명역, 안양을 거쳐 성남 판교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지역 신설역사는 만안구 2개(석수전화국, 벽산사거리), 동안구 2개(종합운동장, 인덕원)로 결정됐다. 앞서 2015년 국토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거론된 만안구 1개, 동안구 2개(종합운동장, 인덕원) 등 3개 신설역사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애초부터 비산역과 관양역은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빠져있는 상황이었지만 부동산 업자들은 최근까지도 이를 활용해 아파트 및 오피스텔, 상가 분양 사업을 벌여왔다.

수원시 호매실지구 내 주민들은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역에서 성남 분당, 용인 수지를 거쳐 경기 광교신도시까지 이어진 신분당선의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이 기약 없이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2차 노선 연장은 1조1169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곳 입주민이나 입주예정자들은 호매실지구 일대 교통환경 개선 명목 분담금 1500억 원을 충족시킨 상태다.

하지만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자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2022년 개통은 아예 물 건너갔다.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0.39로 나왔다. 기준치(1.0)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신분당선 2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업 재기획을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분당선 추가 노선을 연장하기 위해 사업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 무산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호매실지구 내 아파트와 상업 시설을 공급하는 일부 건설사들이 ‘신분당선역’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분양됐던 ‘수원호매실 호반베르디움 2단지’, ‘호매실 모아미래도 센트럴타운‘, ’힐스테이트 호매실 뉴스테이’, ‘한양수자인 호매실’ 등도 호매실 신분당선 역사 홍보 문구를 어김없이 포함했다.

지난 6월에 호매실지구 한 아파트에 입주한 박재현 씨(38·가명)는 “주민들은 신분당선 개통을 위해 주민부담금까지 부담한 상황인데 사업에 진척이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신분당선 연장 구간이 공사가 착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 2012년 7월 1일 정식 운행을 시작한지 4년 10개월 만에 적자 3600억 원을 남기고 파산했다.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일 추진이 화근이 된 것이다. 서울 접근성을 높인 의정부 경전철은 1~2인 가구가 사는 소형 아파트 및 오피스텔 등 부동산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현재 경전철 파산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높은 부동산을 접근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며 “특히 실수요자들은 사업자들의 홍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이나 제반 사항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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