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현안점검조정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다. 이 총리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간 의견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문제가 이미 청와대 청원으로 접수되는 등 공론화됐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발언은 교실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교육부를 사실상 질타한 것이다. 교육부는 19일 이 총리에게 사전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초등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영유아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일선 학교 등의 반대 의견을 그대로 적어 보고했다고 한다.
‘학교는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로 구분된 부처 칸막이는 학교 안에 ‘한 지붕 두 가족’이 들어서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정책 분야에서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할 때 조정하라고 있는 자리가 사회부총리다. 그런데도 김상곤 부총리는 일선 학교나 교사들을 만나거나 설득하는 일 없이 “여유(빈 교실)가 많다면 어린이집을 유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손놓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생 수는 2000년 401만 명, 올해 267만 명 등으로 급속히 줄고 있다.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 빈 교실을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놀리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에 비해 저렴하고 서비스 질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일이 로또 당첨에 비유된 지 오래다. 김 부총리와 교육부는 권한이나 책임 소재를 떠나 오직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기 힘들다는 엄마의 관점에서 초등학교 어린이집 문제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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