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호세프 콜 EADA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이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콜 교수는 2006년부터 5년간 한국외국어대, 연세대에서 부교수 등으로 재직한 한국통이기도 하다.
콜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현재 3단계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는 ‘기술 주도형’ 스마트시티로, 2000년대 초반 조성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어 2단계인 ‘기술이 지원하는’ 스마트시티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콜 교수의 설명이다. 바르셀로나처럼 시가 스마트시티 조성을 주도하면서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시민이나 기업 등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최근엔 3단계인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citizen co-creation)’ 스마트시티가 등장하고 있다”며 콜롬비아 제2도시인 메데인을 예로 들었다. 메데인에서는 젊은층과 스타트업 등의 제안으로 정부가 참여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루타엔’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콜 교수는 “이제 3단계를 넘어서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권한 강화, 사회 통합, 불평등 해소 등이 모두 융합된 ‘와이즈시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지식 기반의 디지털 경제에서는 독점이 강화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구글, 아마존처럼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부를 독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콜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와이즈시티”라며 “앞으로 ‘테크노컬처’(기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추려내고 기술 개발에까지 참여하는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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