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km 동굴에 中핵벙커… 두께 1km 암석덮여 수폭에도 거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베이징 북서쪽 시산공원 아래 위치
도시규모… 100만명 마실 식수원 보유
핵공격 받으면 시진핑 등 지도부 이동
ICBM-탱크 지나갈 정도로 넓고 지하수 방사능 정화 시설 등 갖춰

중국 최고지도부가 미국 등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수도 베이징(北京) 지하 2km의 동굴 속에 ‘최후의 보루’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핵벙커를 방문해 군지휘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2011년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 지역에만 총길이 5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용 ‘지하 만리장성’이 수백 m 지하에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SCM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핵벙커를 방문해 군지휘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2011년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 지역에만 총길이 5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용 ‘지하 만리장성’이 수백 m 지하에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SCMP
SCMP에 따르면 이 핵벙커는 베이징의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시산(西山)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시설로 유사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지도부가 핵벙커에 들어가 중국군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두뇌’로 불리는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 전역에 있는 5대 전구(戰區)의 군사 활동을 감독하고 작전명령을 내리는 최고지휘부다.

시산국립공원 아래에 깊이가 2km가 넘는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이 존재하는데 중국이 냉전시대 이 동굴을 개조해 핵벙커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크루베라 동굴(깊이 2197m)과 맞먹는 깊이다.

2012년 언론에 공개된 중국 충칭의 지하 핵벙커, 냉전 시기 6만명의 인민해방군이 동원돼 원자폭탄을 물론이고 규모 8.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건설됐다. 사진 출처 차이나데일리
2012년 언론에 공개된 중국 충칭의 지하 핵벙커, 냉전 시기 6만명의 인민해방군이 동원돼 원자폭탄을 물론이고 규모 8.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건설됐다. 사진 출처 차이나데일리
이 신문은 핵벙커의 카르스트 지형 위에는 평균 두께가 1k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이 덮여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의 친다쥔 연구원은 “이 암석은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깊이와 두께면 수소폭탄 수십 발을 퍼부어도 끄떡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이 핵벙커를 최근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 핵벙커가 1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帶水層) 인근에 있어 핵전쟁 시 식수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비해 정교한 필터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이 벙커에 설치돼 있다. 핵 과학자인 중국 난화대 류융 교수는 “중국은 정확히 이 목적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탱크, 비행기 등이 지나갈 정도로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관영 CCTV가 지난해 5월 공개한 베이징 인근 타이항 산맥 지하 수백m 아래 갱도에 위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 내부 모습. 유사시 중국 최고지도부가 들어갈 ‘핵병커’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시설도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CCTV 화면 캡쳐
중국관영 CCTV가 지난해 5월 공개한 베이징 인근 타이항 산맥 지하 수백m 아래 갱도에 위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 내부 모습. 유사시 중국 최고지도부가 들어갈 ‘핵병커’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시설도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CCTV 화면 캡쳐
중국은 냉전 시절인 1950, 60년대 전국에 수많은 핵벙커를 건설했는데 베이징과 그 인근에도 1만 개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냉전이 끝난 뒤 중국 당국이 군용 벙커들을 대거 민간에 임대했고, 현재 베이징 시민 100만 명의 거주지로 바뀌었다. 환기가 잘 되지 않고 곰팡이가 피는 등 사람이 살기엔 적절치 않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저소득층에겐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핵전쟁 시 베이징 시민 대부분이 지하에 대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최후까지 버틸 수 있는 곳은 2km 깊이에 위치한 통합전투사령부뿐이다.

최후의 날을 대비해 핵벙커를 운용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레이븐 록 산맥 지하에 대규모 벙커를 건설했으며, 콜로라도주 샤이엔 산맥 지하에도 북미항공방어사령부 시설이 있다.

최근 김정은의 핵 버튼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 트윗으로 핵전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일 핵전쟁에 대비한 전문인력 위크숍을 열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CDC가 이런 성격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CDC는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공공보건의 핵폭발 대책’ 위크숍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핵폭발이 만일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계획과 준비가 있으면 사망과 질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베이징#핵벙커#수소폭탄#핵전쟁#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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