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끝 안보이는 청년실업… 외환위기때보다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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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중 1명 사실상 백수신세
정규직화 정책, 민간고용 줄여… 공공채용 확대로 공시족 늘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외환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던 2000년보다 심각했다. 청년층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면서 취업준비생들이 통계상 실업자로 잡힌 영향에 따른 것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9.9%)은 외환위기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해 아우성이던 2000년(8.1%)보다 1.8%포인트 높다. 2016년(9.8%)보다는 0.1%포인트 올랐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9%) 처음 9%대로 올라선 뒤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 4,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었다. 체감실업률은 취업준비생과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 취업자, 구직 활동은 하지 않지만 취업을 원하는 실업자 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먼저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삼는 공공부문 채용 확대가 역설적으로 실업률 지표를 끌어올렸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 인구여서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원서를 내거나 시험에 응시하면 경제활동인구, 즉 실업자로 집계된다.

정부는 인구구조가 변하는 것도 높은 청년실업률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 20대 후반 인구가 되면서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데 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재작년부터 구조조정이 있었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다 보니 신규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무원 시험 채용으로 실업자가 늘었다는 것도 결국은 민간 노동시장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 경직된 노동구조를 만드는 정책은 민간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측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기존 취업자 보호에 치우쳐 있어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32만 명)보다 7.5% 감소한 29만6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청년실업률#최저임금#문재인 정부#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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