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극 환경은 더욱 위축됐지만 세상을 향한 연극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고, 뛰어난 작품들이 2017년 하반기를 중심으로 쏟아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DMC 스튜디오에서 15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윤광진 심사위원장이 밝힌 소감이다. 박완규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사회부조리를 다룬 20∼40대 젊은 연극인들의 잔치였다. 연극 ‘손님들’ 팀은 작품상, 희곡상, 신인연출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연극인 부자(父子)가 나란히 상을 받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연극 ‘손님들’을 대표해 작품상 수상자로 나선 신인 배우 김하람과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가지’에서 선 굵은 연기로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김정호. 아들과 아버지는 서로 다른 작품으로 함께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품상은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과 국립극단 ‘가지’가 공동 수상했다. 특별상은 지난해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윤조병 극작가 겸 연출가에게 돌아갔다. 아버지를 대신해 특별상을 수상한 윤시중 극단 하땅세 대표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라는 의미로 아버지께서 극단 이름을 지어주셨다”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 상을 주신 동아일보와 KT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 연출가는 “연극은 이전에 알지 못하던 세상을 배우는 학교 같은 존재”라며 “제게 큰 가르침을 줬던 동료 연극인들과 수상의 설렘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숙의 시’의 무명씨 역으로 연기상을 받은 명계남 배우는 “이제야 ‘너는 배우다’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수상자를 낳은 희곡상의 영예는 고연옥 극작가(‘손님들’)에게 돌아갔다. 최보윤 조명감독은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전박찬(‘이방인’의 뫼르소 역)과 박지아(‘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의 조끼할머니 역)가 수상했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는 ‘파란나라’로 새개념연극상을 받았다. 신인연출상은 ‘손님들’의 김정 연출가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구자흥 한일연극교류협회장, 오태석 극단목화 대표, 김윤철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협찬사인 KT의 양율모 홍보담당 상무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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