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들이 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침과 평검사 회의 개최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엔 23일부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김영규 춘천지검 차장검사(52·사법연수원 24기)의 글과 검사 기소권 독점의 개혁에 찬성하는 노정환 창원지검 통영지청장(51·26기)의 글에 검사 수십 명이 댓글을 달고 있다.
김 차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전국 평검사 대회의 개최를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검사 전부가 적폐 세력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청와대의 검경 구조 개혁안을 본 이후로 낮에는 후배 검사들 눈길 보기 어려웠고, 한밤중에도 깨어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앞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15일 발표한 검찰 수사권 축소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차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근대 검찰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일선에서 묵묵히 사건 처리를 해온 전체 검사 2088명을 모두 적폐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댓글을 단 현직 검사 수십 명 중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44·30기)와 진혜원 제주지검 검사(43·34기) 외에는 대부분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 부부장검사는 “개혁을 당하기에 이르러 홀연히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들에게 더욱 비판받는다”고 했고, 진 검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어서 평검사 회의라는 집단행동은 곤란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검사는 “법원에서 블랙리스트가 문제 됐을 때 판사 회의가 개최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체 평검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평검사 회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검사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법률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하자는 것이 어찌 집단행동이고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지 않은 대다수 평검사는 평검사 회의를 하자는 김 차장검사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지청장은 24일 ‘사법 개혁은 인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노 지청장은 경찰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그는 “과거 일부 사건에서 검찰권이 남용된 사례가 있다면 그 비판은 고스란히 검사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와 기소 독점주의를 내려놓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그러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느 한쪽으로만 쏠려) 인권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사만이 형사사건에서 법원에 재판을 청구(공소)할 수 있고 재량에 따라 재판 청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 대부분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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