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지구 자전 속도를 따라 도는 위성)인 ‘천리안 1호’가 이틀 넘게 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리안 1호가 장애를 일으켜 하루 이상 위성영상을 수신하지 못한 것은 2010년 발사 이래 처음이다. 기상청은 현재 일본 측 위성영상을 활용하고 있어 평창 겨울올림픽 날씨 예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12일 위성을 관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11일 오전 5시 44분 갑자기 천리안 1호의 메인 컴퓨터가 다운됐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위성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집열판을 비롯한 본체를 태양 쪽으로 돌리도록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위성 카메라가 태양 쪽을 향하면서 작동을 중단했다.
항우연은 일단 위성에 탑재된 보조컴퓨터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위성이 고장 난 것이 아니고 전자장비가 오랜 기간 우주 방사선을 맞은 데다 노후해 에러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원인을 파악하는 즉시 천리안 1호의 본체를 다시 돌려 영상을 수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해양 위성인 천리안 1호로부터 위성 영상을 받아 날씨 예보에 활용하던 기상청은 일단 대체재로 일본의 위성 영상을 받고 있다. 겨울올림픽 설상 종목은 날씨 변수가 커 예보 정확도가 중요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천리안 1호가 구세대 위성으로 카메라 채널이 5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 위성은 16개로 신형 위성”이라며 “예보 정확도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영상 복구에 최소 하루 이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고장이 나 하필 일본 위성 영상을 빌려 쓴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 6월 발사한 천리안 1호는 수명이 7.8년으로 설계돼 이미 수명이 거의 끝난 상태다. 올해 10월 미세먼지 관측 기능 등을 탑재한 신형 환경위성 천리안 2호가 1호를 대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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