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 측이 삼성이 대신 낸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용 중 남는 금액을 받기로 미국 변호사와 약정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구속 기소)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72)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MB, 김백준에 받아오라 지시”
김 전 기획관은 2009년 이 전 부회장에게 매달 일정액의 자문료를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에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 자문료를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을 위한 소송비용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 전에 김 전 기획관은 당시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69·현 법무법인 아널드 앤드 포터 수석 파트너)와 예상되는 소송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삼성이 내도록 약정했다고 한다. 이 약정에는 남는 금액을 삼성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 측이 회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 전 부회장이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은 에이킨 검프와 맺은 계약에 따라 약 2년 동안 매달 자문료를 보냈다. 총액은 370만 달러(약 40억 원)로 전해졌다.
2011년 2월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 원을 돌려받아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약 3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억 원가량이 남았지만 김 변호사는 “삼성이 보낸 자문료를 모두 소송비용으로 썼다”며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에게 “남은 10억 원을 받아오라”고 지시했고,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부회장에게 “에이킨 검프에서 돈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김 변호사가 공모해 삼성이 과다한 소송비용을 대납하도록 압박했으며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사람이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다음 달 초 소환하기에 앞서 김 변호사를 국내로 불러 조사하려고 했지만 미국 영주권자인 김 변호사가 응하지 않아 조사를 못하고 있다.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에 깊이 관여한 김재수 전 주미 로스앤젤레스 총영사(60)도 미국에 체류하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 검찰, 다스 비자금과 MB 관련성 수사
서울동부지검 다스 비자금 의혹 전담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다스의 경리직원이 횡령한 120억 원 외에 거액의 비자금을 추가로 확인해 추적,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스의 경영진이 조성한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팀은 또 이 전 대통령이 차명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도곡동 땅 매각대금 263억 원의 일부가 이 전 대통령 측에 흘러 들어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70)를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 전 특검이 특검 수사 당시 경영진의 추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를 안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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