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발생한 보물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방화는 이곳 안전경비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큰 불로 번지지 않았다. 다만 방화범이 흥인지문 내부로 침입하는 것은 사전에 막지 못했다.
이날 새벽 2시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장모 씨(43)가 잠겨있는 출입문을 넘어가 흥인지문 내부벽에 종이박스를 쌓아놓고 라이터로 불을 피웠다.
이에 흥인지문을 감시하던 문화재 안전경비원 3명 중 2명이 즉시 출동해 한 명은 진화하고, 한 명은 방화범을 제압했다.
불은 약 4분 만에 완전히 꺼졌고, 피해는 흥인지문 담 일부가 경미하게 그을리는 것으로 끝났다.
문화재청은 2008년 숭례문 화재 후 주요 문화재에 경비 인력을 배치해 감시해왔다. 흥인지문은 안전경비원 12명이 24시간 감시체계로 근무하고 있다. 안정경비원들은 화재발생 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의 초기대응 업무를 맡는다.
흥인지문에는 옥외소화전 4개, 소화기 21개, 폐쇄회로(CC)TV 12대, 불꽃 감지기, 자동화재 속보설비(화재 시 소방서로 즉시 통보 설비) 등이 설치돼 있다.
다만 이날 방화범이 흥인지문 출입문을 넘어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은 새벽 1시 48분 께 지나가는 시민이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방화범은 잠긴 울타리 출입문을 넘어 내부에 침입해 그 안에 있는 담도 타고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이 어두운 새벽에 이뤄졌던 만큼 범인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CCTV를 통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문화재 관리소 측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 숭례문 화재 사건과 같은 사례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침입자를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좀더 세밀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 전소 됐던 숭례문 방화범도 불과 10분 만에 일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당시는 방화범이 2층 누각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이번 흥인지문 방화범은 불을 지르는데 종이박스를 사용했으며, 벽돌 담장아래 불을 피웠다. 10년 전과 같은 조건이었다면 이번에도 자칫 큰 불로 번졌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재난안전 전담인력 배치를 더욱 강화하고, 침입·이동감시 센서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 도입을 적극 도입하는 등 사람과 기술 모두를 활용해 문화재 재난안전 체계를 보다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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