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자신을 치료한 의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했다.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 나온 첫 미투다. 학회는 26일 즉각 해당 의사를 제명하는 징계 조치를 내렸다.
A 씨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지난해 6∼8월 네 차례에 걸쳐 대구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B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갑상샘(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직장 스트레스’로 우울 증세를 보여 이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A 씨는 “당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직장 생활이 힘들었다”며 “치료를 위해 B 원장을 만났는데, 치료를 빌미로 성관계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B 원장이 ‘나는 직장암 환자’라며 도리어 ‘나를 도와달라’는 식으로 접근했다”며 “의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 속에서 그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장형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을 신뢰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경계를 넘지 않도록 명확하게 선을 그어줘야 한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면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뒤늦게 내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것을 알고 엄청난 심적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해 9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B 원장에게 추가 피해를 입는 환자가 나오지 않도록 미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접수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4일 전체 대의원회의를 열어 B 원장을 학회에서 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징계 사유로는 환자로 만난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외에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개인 정보를 다중에게 공개한 행위가 포함됐다.
B 원장은 A 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170여 명이 가입한 한 온라인 카페에 A 씨 신상과 관련한 내용을 올렸다.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의료법 위반이다. A 씨는 B 원장을 상대로 성폭력뿐 아니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직접 진료한 적이 없는 한 배우의 정신적 문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도 B 원장 징계 사유에 담았다. 학회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보건복지부에 B 원장의 의사면허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B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환자와의 성관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등 직원들이 지난해 말 월급에 불만을 품고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환자와 짜고 나를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B 원장은 “온라인 카페에 환자의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B 원장이 카페에 올린 글에는 A 씨의 실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아이디를 적어 놓아 카페 회원들이 환자의 신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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