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한 달 만에 숨진 여성 소방공무원 강연희 씨 영결식이 어제 익산소방서장(葬)으로 거행됐다.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인 강 소방경은 지난달 2일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술에 잔뜩 취한 남성에게 수차례 머리를 맞았다. 19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2084명을 구조한 베테랑 구급대원이 ‘주취(酒醉)폭력’에 당한 것이다.
소방관은 시민이 위험에 빠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안전지킴이다. 당연히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 하지만 출동 현장에선 취객들의 폭행과 폭언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구조·구급 활동을 하던 소방관이 폭행·폭언을 당한 건수는 2012년 93건에서 2016년 200건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 구급대원들은 구조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겪는 경우도 많다. 소방기본법은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구급대원 폭행사범 167명 중 구속된 이는 7명에 그쳤다. 오죽하면 소방관들 사이에서 “화재보다 취객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응급환자 발생, 화재 등 1분 1초를 다투는 긴급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에 대한 폭력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소방관 폭행은 단순한 폭력이 아닌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인 만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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