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결 이번이 마지막 기회”… 한-미 ‘비핵화 시간표’ 최종조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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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문재인 대통령-트럼프, 22일 정상회담

당초 청와대는 5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향으로 회담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네 번째 만남은 22일(현지 시간)로 예상보다 다소 늦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6일 “한미 간 이견이 있어 늦춰진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22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철저히 북-미 정상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철저히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완비된 백악관 안보 라인

청와대와 외교가의 반응을 종합하면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고려하고, 그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이 5월 말 또는 6월 초로 늦춰지면서 자연히 한미 정상회담도 22일로 결정이 됐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의 새로운 안보 라인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0일 각각 취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뒤를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을 이끌게 될 지나 해스펠 부국장은 아직 ‘국장 내정자’ 신분이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처럼 밝혔지만, 정작 실무 준비를 해야 하는 참모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세부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된 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서 백악관도 준비해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백악관 참모들이 대북 협상 경험이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은 3일 극비리에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구상, 백악관이 준비할 카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에 美도 신중

이처럼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 직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다음번에는 ‘진짜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꺼내 든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풍계리)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풍계리 폐쇄 준비나 실행을 하는지 지켜본 뒤 한미 정상이 만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文, ‘포스트 비핵화 조치’ 언급할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은 22일 한미 회담 역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만이 알고 있는 ‘도보다리 단독 회담’의 내용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올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 협력 등 후속 조치를 언급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청와대는 가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 등을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백악관과 사전 교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언제 성사될지도 한미 및 북-미 정상회담과 연관되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북-미 간 논의의 중재자로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기류도 있다”며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더 비중을 둔다면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는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정 확정 등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없이는 남북 ‘핫라인’의 첫 가동도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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