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법조계 대표 직역단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 및 로스쿨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는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일주일 앞두고 김현 대한변협 회장에게 ‘축사 요청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변협은 앞서 지난달 22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자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들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의 이런 자세가 신규 변호사 배출을 막아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판단한 법전협이 김 회장의 축사를 보이콧한 것이다.
○ “축사 요청 취소” 통보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기 법전협 사무국장은 3일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10일 법전협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해달라던 요청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공식 행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축사 요청을 취소한 것은 로스쿨 통폐합을 주장하는 김 회장이 축사를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라고 한다. 법전협 기념식에서는 당초 김 회장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로스쿨 관련 기관장들이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예비 법조인 교육기관인 법전협 행사에서 변협 회장이 축사를 하는 것은 관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다.
갑작스레 법전협이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달 22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한 일이 계기가 됐다. 합격률 공개는 변협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이뤄졌다. 변협은 올해 변호사시험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졸업자 수 대비 70%대 합격률을 기록한 반면에 지방대 로스쿨 대부분이 합격률 50%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나자 “전국적으로 난립한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들은 “변협의 주장은 로스쿨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일부 로스쿨 원장은 변협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법전협 측에 김 회장의 축사 취소를 요구했다고 한다.
○ “일방적 통보는 결례” vs “기득권만 지켜”
김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로스쿨 통폐합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축사 요청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결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법전협 창립 10주년을 맞아 덕담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법전협의 태도는 어떤 비판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전협은 김 회장에게 축사 요청 취소를 통보한 일은 당연하다는 태도다. 변협이 변호사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로스쿨 통폐합을 주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변협이 미래 법조인인 로스쿨 출신을 끌어안을 생각은 하지 않고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 기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의 기득권만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김 회장에게 축사만 안 된다고 했을 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괜찮다고 정중하게 전달했다. 문제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변협과 법전협의 이번 갈등을 푸는 일에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갈등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 로스쿨 정원이 현재 법조인력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적정한지 여부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권은 법무부가, 로스쿨 정원 결정권은 교육부가 각각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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