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과 전격 회동했다. 3월 말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불과 40여 일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번 방중에선 전용열차가 아닌 전용기를 이용했다. 다롄에서는 어제 중국 첫 자국산 항공모함이 시험운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2차 방중은 최근 북-미가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 발표를 앞두고 막판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서 이뤄졌다.
김정은의 2차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가 복원을 넘어 밀월(蜜月)을 구가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 ‘6·25 종전(終戰)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명시했을 때 자국이 빠질 수 있다는 점에 극도의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은의 방중은 이런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회답이자, 향후 평화체제 협상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방중은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미국을 겨냥한 기동전술로 보인다. 북-미 대화가 어려워지면 또 다른 돌파구가 있음을 알리면서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중국의 참여 없이 평화체제의 완성은 불가능한 만큼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자칫 북한의 비핵화 이완, 더 나아가 이탈을 낳는다면 매우 위험하다. 중국은 대북제재를 풀어 북한의 뒷문을 열어주면서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을 흔들리게 만든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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