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북한이 ‘전부’를 얻었다는 말도 나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갔습니다. 18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지켜본 미국인들, 할 말이 많습니다.

△“Steak and corn on the cob?”=김영철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만찬장 앞에서 쫄쫄 굶어가며 대기하던 미국 기자들은 만찬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리에게 “메뉴가 뭐냐”고 끈질기게 물어봅니다. “김치(한국음식)가 나왔냐”라고 한 기자가 물어보자 관리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Steak and corn on the cob?”이라며 묻습니다. ‘스테이크와 옥수수 구이(steak and corn on the cob·사진)’는 독립기념일 같은 휴일에 미국인들이 야외에서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는 음식입니다. 칼로리는 좀 높지만 미국의 역사와 정신, 뭐 그런 것들이 담긴 음식입니다. 김치가 한국인들에게 그런 것처럼요. 그 기자는 단순히 ‘steak’와 ‘corn on the cob(통옥수수)’이 나왔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 나왔냐고 묻는 겁니다.

△“North Koreans have gotten the whole enchilada”=계속 음식 얘기입니다. 엔칠라다는 토르티야 속에 여러 재료를 넣고 둘둘 말아서 구운 겁니다. 엔칠라다는 속재료들이 줄줄 밖으로 나와 폼 내면서 먹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Whole enchilada’는 밖으로 줄줄 새어나오는 것이 없는 완전한 상태, ‘전부’라는 뜻입니다. 이 발언을 한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반대론자 또는 회의론자입니다. 김영철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사진 찍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습니다. 북한에만 좋은 일을 시켰다는 거죠. “북한은 이제 전부를 가졌다.”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에게 대단한 선전거리가 됐다는 겁니다.

△“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김영철로부터 거대한 크기의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 바로 기자들 앞에서 말합니다. 친서에 대해 “좋은 내용이다” “너희들한테도 보여줄까” 하더니 말미엔 “사실은 아직 안 봤지롱” 하면서 약을 올립니다. 이어 “(친서에) 내가 크게 놀랄 내용이 들어있을지도 모르지(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라며 궁금증을 유발하려 하지만 트럼프의 변덕에 질린 기자들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습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북한#김영철#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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