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소식통 “버스회사 총사장 황영식, 외화벌이 노력영웅 칭송에도 처형
軍서열 1~3위 모두 연대책임”
일각 “사고 문책은 표면적 명분… 北-美회담 앞두고 온건파 기용”
베이징~평양 노선 6개월만에 재개
북한이 자국 내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다수의 중국 좌파(골수 공산당) 학자 등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숨진 데 책임을 물어 노력영웅이자 인민군 소장인 금강개발총회사(KKG) 황영식 총사장과 KKG 정치국장 등 4명을 총살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황 총사장 처형 소식과 함께 김정각 군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사고 연대 책임을 지고 해임됐고, 리명수 총참모장도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본보는 지난달 27일 첫 제보를 받은 뒤 일주일 넘게 취재했지만 추가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식통의 제보대로 북한군 수뇌들이 교체된 것이 이후 외신을 통해 알려짐에 따라 황 총사장 처형 제보의 신빙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최대 외화벌이 회사로 알려진 KKG는 북한 내 택시 및 고속버스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 소속 기업이다. 4월 22일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가다 황해북도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추락한 버스는 KKG 소속으로 알려졌다. 당시 버스에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승리 65주년 기념 혁명(紅色)여행단’이 탑승하고 있었다. 비보를 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고 다음 날 오전 6시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위문 방문했고, 25일엔 평양역에 나가 중국인 시신을 실은 후송 전용열차를 전송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의를 표시했다.
제보 일주일 뒤인 3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교체됐다고 전했고, 같은 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 등 북한군 서열 1∼3위가 모두 교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황 총사장은 KKG를 북한 최대 무역회사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황해북도 과일군 출신인 그는 왜소한 체격에 겸손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군 총정치국 소속 무역회사로 시작한 KKG는 2000년대 후반 국방위원회 산하로 옮겨가 각종 사업에 손을 뻗치며 몸집을 불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5년 6월 “북한 정권이 KKG라는 이름을 내걸고 택시부터 원유탐사까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전 세계 다양한 사업에 손대고 있으며, 경제제재를 피해 홍콩에 비밀 합작회사를 설립해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KKG의 배후엔 노동당 39호실과 홍콩 투자사인 퀸스웨이 그룹이 있다고 전했다.
KKG는 원유와 고급 차도 북한으로 밀반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탄벤츠도 황 총사장이 해외에서 구입해 들여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황 총사장은 외화벌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경 북한군 소장으로 진급했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급만 타는 ‘2160’ 번호판을 붙인 최고급 외제 차량도 선물 받았다. 2010년 이후 ‘2160’ 번호판은 ‘727’로 바뀌었다.
북한과의 친선을 중시하는 중국 홍색관광객이 다수 희생된 버스 사고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군 수뇌부에 연대 책임을 물은 것은 표면적 명분일 가능성도 높다. 아사히신문은 수뇌부 교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 내부의 온건파를 기용해 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6일 베이징발 평양행 CA121편을 시작으로 매주 월·수·금요일 3회 베이징∼평양 노선 운행을 재개한다. 지난해 11월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했던 베이징∼평양 정기선 운항이 6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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