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여배우 인격살인, 후보 도덕성 문제”
이재명 “반복되는 네거티브, 법적 책임 묻겠다”
김부선 “딸 앞날 걱정해 번복…이젠 통쾌하지만…”
5월 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6월 7일 추가 폭로를 이어가며 이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배우 김부선 씨의 주장을 인용해 “두 사람은 2007년 12월 11일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의혹 집회에서 처음 만났고, 이튿날 인천에서 식사했다”며 ‘당시 인천 방파제에서 이 후보가 찍어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김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김씨가 자신의 가방을 들고 있는 이재명을 찍은 사진도 지금 찾고 있다. 그게 맞다면 후보를 사퇴해달라고 (김씨가) 말했다”고 전했다.
공지영 작가 “이건 아니다 싶어…”
김 후보는 5월 29일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처음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김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사진 등을 공개하며 이 후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김 후보는 “(두 사람의) 만남은 김씨의 서울 옥수동 집에서 이뤄졌고, 만난 기간은 9개월가량 된다고 한다”며 “언론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니 (김씨에게) 요청 내지 회유, 협박해 사과문을 게재하게 한 뒤 문제가 끝났다 생각하고 여배우에 대한 인격살인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사생활, 불륜, 치정이 아니라 국민 앞에 완전히 거짓말하는 후보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고도 부연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 후보와 김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나 두 사람의 대화 내용 등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공지영 작가도 이날 폭로전에 가세했다.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 공 작가는 “2년 전 어느 날 주진우 기자와 차를 타고 가다가 차기 대선주자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며 “주 기자가 정색하며 ‘김부선 문제 때문에 요새 골머리를 앓았는데, 다 해결됐다. 겨우 막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적었다. 이어 “얼핏 보고 들은 게 있어 ‘그럼 그게(이 후보와 김씨의 스캔들) 사실이야?’ 하니까 주 기자가 ‘그러니까, 우리가 막고 있어’ 하고 대답했고, 저는 솔직히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기분이 든 걸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전) 시장은 모든 걸 부인하고, 김부선 님은 허언증 환자에 관종(관심종자)으로 취급받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방송에 출연해 “사실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근거를 대는 게 합리적이다. 나는 국민 여러분의 판단 수준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김 후보와 김씨에 대해 선거가 끝난 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5월 30일과 6월 2일 ‘주간동아’와 전화통화에서 “TV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문제 제기를 하는 걸 보고 굉장히 통쾌했다. 김부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식적인 사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고, 배우의 길을 걷는 딸(이미소)의 장래 걱정과 소송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주간동아는 김씨와 여러 차례 통화와 접촉을 통해 김씨가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문자메시지, 이 후보를 상대로 준비한 소송서류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하다 여러 차례 소송을 당한 경험 탓에 많이 힘들었다. (명예훼손 소송 패소) 판결문을 보니 과거 전과기록을 참작했다고 써져 있더라. 더구나 나는 전과도 많고 미혼모에 애로배우라는,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아킬레스건은 다 갖고 있는데 내가 얘기하면 믿어줄까…. 변호사 비용도, 힘도 없다. 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통화한 녹음파일에 대해선 “왜 이렇게 (녹음파일이) 돌아다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당시(2016년 1월) 이 시장이 나에게 이렇게 (공방이 격화되고 명예훼손 고소 얘기가) 나온다고 하니까 (주 기자는)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며 (SNS에 내가 쓸 글을) 알려줘 그렇게 내가 (사과 글을 쓰고) 덮어썼다”고 주장했다.
“어느 여배우가 이런 거짓말하겠나”
그러나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허언증 환자’라고 한 것에 격분해 2016년 3월 ‘나는 허언한 적 없다.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이 후보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6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영환 후보가 공개한 내용증명도 이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자신의 사과 요구에 응답이 없자 2016년 12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접수하려고 고소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주간동아가 처음 확인한 고소장에는 “피고소인(이 후보 지칭)의 행위를 보고 분노하였지만 피고소인은 고소인이 한때 사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하여 일부러 피고소인과 사귄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허언증 발언’ 등 거짓말을 계속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외에도 이 후보와 통화 연결을 요청하며 유명 정치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이 후보에게 ‘성남 사는 가짜 총각’과 관련해 항의했다는 대화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오랜 기간 김씨와 의견을 나눈 A씨의 녹취록, 그리고 한 정치인과 전화통화 내용도 남아 있었다.
김씨는 “어느 여배우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나”라면서도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로 딸의 장래와 소송 부담감을 댔다.
“딸이 손 편지를 써 ‘남녀관계는 얘기하지 마라’고 하소연하더라. 딸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 미안하고 불쌍한데, (소송으로) 딸 혼삿길까지 막을 수 없지 않나. 그동안은 내가 배우로서 불행했기에, 이제는 고향(제주)에 내려가 사람답게 살기로 작정하고 지금은 집 안 가구를 정리 중이다. 제주 올레길 가이드나 하면서 살려고 한다.”
이 후보의 주장처럼 정치인의 가족관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2007년 말 처음 만났을 때는 시장이 아니었고 기혼 여부도 몰랐다”며 “이후 유부남인 걸 알고 헤어졌다 이듬해 다른 집회현장에서 영화처럼 우연히 또 만난 게 팩트”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선거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6월 4일 전화통화에서 “2016년에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후보는 법적 조치를 생각했지만 김씨가 SNS에 후보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고 사과도 해 일단락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이 후보와 여배우가 마치 이성적 관계가 있는 것처럼 적시할 경우 분명히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재명-김부선 舌戰史
영화배우 김부선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스캔들 의혹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가 2010년 11월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직전, 총각행세를 하고 다니던 피부가 깨끗한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하면서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듣고 보니 유명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명은 내지 말란다. 그가 가진 권력으로 자신을 괴롭힐 거라고. 그저 말하지 않고선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했단다’고 썼다. 인터뷰 이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해당 정치인이라는 추측이 확산되자 김씨는 부인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성남의 가짜 총각, 양심고백하라”는 글과 자신의 딸 양육비 소송과 관련 원망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고, 2016년 1월 김씨는 재차 양육비 소송 관련한 2013년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캡쳐해 게시하자 이 후보는 “김씨가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바빠서 사무장과 상담하게 했다”며 “이미 양육비를 받은 걸로 드러나 포기시켰는데 그걸 가지고 남탓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SNS를 통해 “성남 사는 가짜총각 거짓으로 사는 거 좋아?”(김씨) “이 분이 대마를 좋아하시지 아마. 요즘도 많이 하시나”(이 후보)라는 설전(舌戰)이 붙었고, 김씨가 “이재명 시장에게 미안하다. 위자료 (법적 상담)일 외엔 아무 관계가 아니다”는 사과 글을 게재하면서 갈등과 소문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 사건 김씨는 이 후보를 원망하는 듯한 글과 ‘그 남자가 궁금하면 김어준 주진우 기자에게 물어보라’는 글을 써 의구심을 남겼다. 급기야 5월 29일 TV 토론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제기와 음성파일 유출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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