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 고창 수조 손금보듯 실시간 체크… 스마트양식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3시 00분


[바다가 미래다]<3·끝>ICT 접목한 뱀장어 양식장

240km 떨어진 양식장 상황 한눈에 5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조인영어조합법인 양식장 인근 사무실에서 
직원이 양식장 안 수조 상황을 모니터로 체크하고 있다(위 사진). 직원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스마트 양식장 내부 모습. 
고창=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240km 떨어진 양식장 상황 한눈에 5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조인영어조합법인 양식장 인근 사무실에서 직원이 양식장 안 수조 상황을 모니터로 체크하고 있다(위 사진). 직원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스마트 양식장 내부 모습. 고창=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D3번 수조 수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네요. 현장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5일 경기 용인시 조인그룹 본사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보던 유성하 본부장은 전북 고창군에 있는 뱀장어 양식장에 다급히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살폈다.

“새 물고기를 집어넣기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하네요. 객실 청소 비슷한 건데, 수온이나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이 그림처럼 수조 색깔이 적색으로 바뀌고 알람이 울려요.” 전화 한 통에 그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 스마트폰으로 양식장 실시간 확인

유 본부장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수온, 용존산소량(DO) 등 양식장 내 모든 수조의 현재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본사 사무실에서 양식장이 있는 고창군까지는 240km가량 떨어져 있지만 바로 눈앞에서 양식장을 점검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찾아간 고창군 심원면 조인영어조합법인 뱀장어 양식장 D3번 수조에선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수조를 청소하고 수온을 낮춰 물고기를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양식장 사무실 내 커다란 모니터에는 유 본부장의 스마트폰에서 봤던 것과 같이 120개 수조의 현재 상황이 상세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 양식장은 2016년부터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양식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양식장 방문에 앞서 찾은 일반 양식장의 경우 작업자가 2시간에 한 번 양식장에 직접 들어가 손전등으로 수조 안을 살피고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수온, 수량, 용존산소량 등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28개 수조를 둘러보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 경우 무엇보다 물고기한테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양식장 관계자는 “뱀장어의 경우 빛과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 작업자의 출입이 잦을수록 물고기가 긴장을 하게 된다”며 “수시로 현장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뱀장어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마트 양식장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었다. 2시간에 한 번씩 양식장 내부를 직접 확인해야 했지만 양식장을 다 둘러보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손전등으로 수조 안을 비춰보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수조 상황을 파악했다. 양식장 관계자는 “바깥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내부 상황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수조를 살펴볼 필요 없이 시스템 이상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면서 “작업자들의 양식장 출입이 줄어들면 뱀장어가 받는 스트레스도 그만큼 줄어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 양식업 경쟁 첨단화 가속화

최근 세계 수산물 생산량 가운데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면서 양식업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수산물 양식 생산량은 2000년 4172만4570t에서 2010년 7801만7708t으로 늘었고 2015년에는 1억545만9449t을 기록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산물 전체 생산량 중 양식업 생산량은 6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수산물 양식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면서 양식업의 스마트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식어촌연구실장은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양식업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적 방식으로 양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일찍부터 스마트 시스템을 활용한 양식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양식의 첨단화가 젊은층을 어업으로 끌어들여 관련 산업 육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산학과 등 관련 전공자조차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수산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첨단화 작업이 계속돼 근로환경이 좋아지면 젊은층의 유입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마 실장은 “덴마크 등 수산 양식업 선진국은 양식 현장에는 작업자가 대여섯 명뿐이고 대부분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 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현장을 컨트롤하고 있다”면서 “첨단화가 이뤄지면 양식업이 단순한 생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 된다”고 했다. 이어 “첨단 양식업은 젊은 인력들이 수산 분야로 뛰어들게 하는 유인책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창=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용인#고창 수조#실시간 체크#스마트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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