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 자리에 누가 배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핵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두 차례 만났을 때와는 다른 ‘배석자 조합’을 꺼낼 수도 있다. 그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대북 롤러코스터 메시지를 던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 어떤 참모 카드를 꺼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 폼페이오, 김영철은 ‘수석 배석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싱가포르의 휴양지 센토사섬에서 12일 오전 9시에 회담을 시작한다. 단독회담을 거쳐 오후 확대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단독회담은 통역만 배석한 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김정은은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 등에 관한 진의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무성의 김주성 통역요원, 미국은 국무부 이연향 통역국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각 ‘1호 통역’이 나란히 출전하는 셈이다.
참모진이 합류해 열리는 확대회담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정상 옆에 앉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앞서 두 번 평양을 찾아 김정은을 만났고, 김영철 또한 1일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18년 만에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방문 당시 에피소드들을 꺼내며 회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 ‘볼턴 vs 노광철’ 악역 맡나
김영철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 폼페이오에게 역할을 내주고 옆방에서 대기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엔 배석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매우 잘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악역을 맡기기 위해 볼턴을 수행단에 포함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또한 맞상대할 대역이 필요한데 국방장관 격인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김정은은 앞서 2번의 중국행에 군부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4·27 남북 정상회담 때 왔던 당시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만 한 뒤 북으로 돌아갔다. 일종의 유화 메시지였던 셈. 한 대북 소식통은 “노광철을 온건파라고 평가하는데 북한 군 특성상 온건파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면서 “대미 압박 카드로 노광철을 데려갔을 것이다. 회담장에 군복을 입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여정 ‘싱가포르 밀담’ 배석하나
4·27 정상회담에 김영철과 함께 배석했던 김여정은 지난달 7, 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때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해변가 밀담에 단독 배석했다. 이번엔 김정은이 확대회담에 김여정을 배석시키거나 밀담에 동행해 다시 동생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미중 정상에게 잇달아 자신의 혈육을 보여주며 정권의 지속적인 체제 보장을 약속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칠 수 있다는 것. 김여정이 나선다면 미국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상대역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이 있지만 ‘비서실장 격’인 김여정의 직무 상대로는 격이 맞는다는 게 중론이다.
확대회담이 끝나면 업무오찬이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입’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비핵화 실무회담을 주도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참석한다. 북측에선 리용호 외무상이 확대회담 또는 업무오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성 김 대사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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