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북-미 정상회담 후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 연습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회담 의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이 문제는 미래의 협상을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철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합의와 종전선언, 불가침 협정이 성사되면 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일부 중단이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은 있어 왔다. 그렇다 해도 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합의가 이뤄져 실행에 들어간 뒤여야 한다는 게 그동안 알려진 한미 간의 공감대였다. 그나마도 전면 중단이 아니라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주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런데 비핵화 로드맵은 만들어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미연합방위체계를 지탱하는 핵심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한미동맹의 기초를 무시한 처사다. 이 문제를 놓고 사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협상용으로 이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을 “매우 도발적(very provocative)”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한미훈련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게 아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미 본토에서 증원 전력이 적시에 한반도에 들어와야 한다. 양국 모두 담당자가 바뀔 수 있는데 함께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안 하면 연합방위체계는 유명무실해진다. 일부 축소와 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이는 북한의 최전방 기습 전력의 후방배치 등과 상응해서 ‘속도 조절’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6·12 센토사 합의는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북-미 회담 결과를 주시하며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기 모드에 들어갔던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보다 자칫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부터 점검하고, 필요하면 훈련 중단 결정을 취소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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