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난민 받지말라” 靑청원… 근거없는 혐오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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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위험국 되고 성범죄 뻔한일”, 추방요구하는 청원 15만명 동의
靑 ‘차별 조장 불가’ 규정따라 삭제, “국민의견 무시” 잘못된 정보 퍼져
예멘인 올들어서만 500명 난민신청

요즘 제주 지역에선 아랍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당수가 중동 국가인 예멘 출신이다.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자격을 신청한 사람들이다. 올 들어 벌써 500명이 넘었다. 한 나라 출신 수백 명이 단기간에 한국에 난민을 신청한 건 이례적이다. 이들의 제주 체류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급기야 “예멘 난민을 추방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 ‘30일 무비자’ 규정에 제주 찾는 예멘 난민

17일 법무부 산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 지역에서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948명이다. 이 가운데 519명이 예멘인이다.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서부에 있는 이슬람 국가다. 2015년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의 내전이 시작되며 약 19만 명이 모국을 떠났다.

이들 중 일부가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주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항공노선이 취항했다. 제주도는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가 도입됐는데 별도 비자 없이도 30일 동안 체류를 허용한다. 제주행을 선택한 예멘인 대부분은 입국 직후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예멘인 입국이 늘자 1일 무사증 불허 국가로 예멘을 지정했다.

이들은 현재 제주의 숙박시설에 나눠 머물고 있다. 방 하나에서 적게는 6, 7명 많게는 10여 명이 생활한다. 일부는 공원 등지에서 노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는 편의점에서 하거나 시민단체 구호품으로 해결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의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구직 활동을 승인했다.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일할 수 있지만 조기 취업을 허락한 것이다. 14일에는 어촌 취업설명회도 열렸다. 서귀포시의 한 양어장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한데 말이 잘 통하진 않더라도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 “난민 수용 안 돼” 반대 청원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16일 갑자기 청원 게시물이 삭제됐다. 삭제 권한은 청와대에 있다. 게시자는 지울 수 없다. 온라인에선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확인 결과 삭제 이유는 규정 위반이다. 청원 게시판에는 특정 대상을 비하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올리면 안 된다. 하지만 해당 청원에는 “이슬람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한다.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 “테러 위험국가 되는 건 순식간” 등의 내용이 있다. 또 다른 청원에는 17일 오후 17만 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엔 비하나 차별을 유발하는 글이 없다. 일부에서는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무사증 제도 폐지는 일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한국의 높아진 인지도와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난민은 다른 방법을 찾아서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
#제주#예멘난민#청와대 청원#근거없는 혐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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