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 지 이제 19개월이 된 손녀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녁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음을 종종 느낀다. 손녀의 재롱을 보고 싶은 생각에 중요한 일정이 아니면 일찍 귀가하게 되었고, 아내가 카톡으로 보내준 손녀의 동영상을 주변 지인에게 보여 주는 것을 보면 나도 어느새 손녀바보의 반열에 들었구나 싶다. 그런데 지난해 이노비즈 협회장 직책을 다시 맡게 된 후 기술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가면서 일자리도 꾸준히 만들어 내는 회원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이노비즈 바보가 되었다. 정부부처 관계자나 유관기관과의 모임에 가면 ‘혁신성장과 일자리의 주역은 바로 이노비즈’라며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술혁신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이노비즈 기업들은 스마트 팩토리,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의 관련 산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 방문했던 경기 평택의 한 이노비즈 기업은 스마트팩토리의 개념을 자동화된 공정으로 확장시켜 ‘ICT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맞춤형 제품을 소량 다품종으로 생산해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향후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사 고유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과 연결시킨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을 개발해내고 있었다. 또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할 경우 기대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VR(가상현실)을 적용하여 제공하는 등 설비 구축부터 운영까지 원스톱서비스를 통하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시스템 솔루션’을 구현해내고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도 이러한 민간의 노력에 대응하여 민관합동 스마트 공장추진단 등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2025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3만 개 보급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중소기업 단체장들과 같이 갔던 독일 하노버 메세의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팩토리가 화두였던 전시회에서 지멘스나 ABB 등 세계적인 자동제어 부품 제조 기업들이 하나같이 ‘디지털 트윈’이라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실제 구축될 공장을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통합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ERP나 MES수준의 소프트웨어나 센서와 같은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되는 것에 대하여 관련 기업인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국이 스마트 팩토리,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 기술 없이 서비스 하나로 성장한 우버의 사례처럼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설계능력을 가지고 이를 설비로 구축하는 시스템 통합능력에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산업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 아니라 상용화된 모든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시스템 통합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술·기업 간 융합 활성화 지원과 혁신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 인력 양성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많은 이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 및 스마트 팩토리에 뛰어든 독일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세계시장의 니즈인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구축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것’이 될 것이다. ‘제조 혁신’으로 성장해 왔던 이노비즈 기업들이 힘을 모아서 ‘스마트 팩토리 통합 솔루션 혁신’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우리의 후손이 살아 갈 세상이 SF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기술과의 경쟁이 아니라 기술과의 화합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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