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내 최정예 수사 부서로 평가받는 특수부에 수사를 맡겼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철저하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정예 수사팀’에 배당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할 주체와 관련해 “공공형사수사부에 있는 고발 등 관련 사건들을 이날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며 “사안의 중요성과 서울중앙지검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차장 산하에 있는 공공형사수사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 수사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3차장 산하 특수부 4개 중 수사 인력이 가장 많고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최강 수사팀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 신자용 특수1부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수사 능력은 물론이고 비타협적인 수사 의지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함께 활약했다.
윤 지검장은 지난해 5월 대선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후 이들을 중앙지검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한 3차장은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굵직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신 부장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최 씨와 함께 있었다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규명했다.
검찰은 수사 인력을 보강한 뒤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우선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98건 등을 검토하면서 법리 검토와 쟁점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조단이 공개하지 않은 문건 300여 개에 대해서도 임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관련자들의 혐의가 윤곽이 드러나면 검찰은 당시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이를 지시한 간부 등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고위직의 개입 정황이 발견된다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법원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법원 관계자는 “무제한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사법부 내부의 인사 정보나 감사 정보가 검찰로 무분별하게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민변 “행정처 판결 관여 정황 많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오후 기자좌담회를 열고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판결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민변 최용근 변호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1심 선고일이던 2014년 9월 11일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일지에 ‘元―2.6y, 4유, 停3(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이라고 적혀 있던 사실을 공개했다. 최 변호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오전에 열리고 원 전 원장의 1심 판결은 오후에 선고됐으므로 판단 결과가 청와대에 누설되지 않았다면 미리 알 수 없을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민변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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