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손 모습. 염증으로 인해 양쪽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동아일보DB
올해는 이른 더위 탓에 대중교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 실내공간에서 에어컨 등의 냉방기기를 한여름처럼 가동시키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평소 관절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사람의 경우 그 통증이 더욱 심해지거나 시린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갑작스러운 기온 차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송란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류머티즘 관절염이란 자가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다. 면역 세포들이 관절을 감싸는 활막을 공격해 염증을 발생시키고 통증을 유발한다. 관절을 굳게 만들기도 한다. 단순한 관절 질환이 아닌 전신 면역성 질환으로 발병하면 신체 곳곳에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아침에 일어나 심하게 관절이 뻣뻣한 느낌이 드는 ‘조조강직’ 증상이 1시간 이상 이어지거나 △관절 마디가 붓고 △병변 부위를 누르거나 움직이면 통증이 악화될 때 △관절 통증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대칭적으로 나타날 때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전신 쇠약감 등이 동반된다면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즉시 류머티즘내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발병 이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2년 이내에 관절 변형이 발생할 확률이 80%에 달한다. 일단 관절 변형이 발생하면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고 변형된 관절로 인해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질환을 잘 몰라서 초기 통증이 있어도 간과하고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약의 효과가 미진해 심한 관절 변형으로 인한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약제와 치료 방법이 발전해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해졌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와 비스테로이드소염제, 항류머티즘제, 생물학제제 등을 사용한다. 이 중 생물학제제는 류머티즘 관절염 발생에 관여하는 면역 세포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얻게 되는 약이다. 생물학제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TNF제제는 인체 내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염증을 유발하는 TNF라는 물질에 결합해 활동 자체를 차단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증상을 70% 이상 호전시키면서 관절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주사 시 통증과 자가 주사에 대한 거부감, 치료의 마지막 단계에서 쓰인다는 오해와 높은 비용 등으로 환자들이 사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증을 80% 가까이 줄여 편의성을 높인 제제도 나왔고 산정특례 적용으로 약가도 1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또 관절 변형이 오기 전 질병 활성도가 높을 때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므로 의료진과 상의해 주사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항TNF제제 외에도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제가 다양하게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제제 선택 시에는 관절 손상을 막는 효과는 물론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임을 감안해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 사용상의 편의성 등을 살펴서 선택해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간혹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 중에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조금 사라지면 갑자기 치료를 중단하거나 투약을 했는데도 1∼2개월 내에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고 대증요법을 받거나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질환의 특성상 다른 질환과 달리 즉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치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인내심을 갖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주기를 권한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통증과 부기만 잡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염증 활성도를 낮춰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삶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 목표라는 점을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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