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소식과 일정을 이례적으로 19일 도착 직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 땅을 벗어난 뒤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중국 당국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전 10시 13분(현지 시간) 앵커가 속보 형식으로 “김 위원장이 19, 2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짧게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같은 시간 속보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이날 오전 10시경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착륙한 지 13분 만에 도착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이어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도 이날 오후 3시경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이 북-중 관계를 한층 심화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북-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이 관행을 깬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3월 말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때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단둥 철교를 거쳐 북한으로 넘어간 뒤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 5월 2차 방중 때도 김 위원장의 비행기가 북한으로 넘어간 뒤 오후 7시 뉴스를 통해 방중 사실을 알렸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찾았을 때부터 내려온 이런 관행은 전통 혈맹으로서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돼 왔다. 중국이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하겠다는 중국의 메시지가 읽힌다.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중국의 신속 보도를 수용한 것을 놓고 더 이상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조짐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0∼13일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도 나타났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싱가포르 도착, 현지 명소 방문, 북-미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다음 날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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